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CJ그룹 등 유통기업들도 참여할까?

항공사업과 유통사업의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인데 자금여력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CJ 신세계, 아시아나항공 인수 놓고 계산기 두드릴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통기업이 항공사를 운영하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사업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물류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면 항공물류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CJ그룹은 2011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인연도 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도 오래 전부터 항공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2017년 비록 성사되진 못했지만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고 2018년에는 신규 저비용항공사인 플라이강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물류, 유통, 면세점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매력적 매물로 바라볼 여지가 크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7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고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만 해도 약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천억 원 등도 매입해야 한다”며 “인수기업은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곳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기업 가운데 가장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2018년 말 기준으로 현금보유액이 8조551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현재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계약이 성사되면 최대 2조 원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2018년 기준으로 CJ그룹은 현금성자산을 2조7498억 원, 신세계그룹은 1조177억 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이나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SK그룹 등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미국 유통업체 굿푸드를 약 3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한 물류 설비투자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3월 “신세계그룹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부채성 비율)이 신용등급 대비 취약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CJ그룹도 지난해 약 2조 원에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진행하며 만만찮은 재무 부담을 안고 있다. CJ그룹의 전체 순차입금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10조 원에 이른다.

다만 CJ그룹은 올해 2월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면서 8천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비중이 높아 CJ대한통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