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호흡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까지 속전속결, 최종구 이동걸 '찰떡궁합'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이 2018년 3월30일 오전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 시작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16일 이동걸 회장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는 금호산업이지만 채권단이 매각 과정을 긴밀히 살펴보고 직접 매각 태스크포스팀(TFT) 팀장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기까지 최종구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면 앞으로 매각하는 실무는 이 회장이 챙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절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혼란이 커지고 자칫 기업가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직접 매각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결정됐다.

당시만 해도 회계법인과 단순 의견 차이, 시장의 신뢰 하락 등 부수적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곧바로 대주주의 책임문제, 근본적 지배구조 문제로 확대되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 주인이 바뀌게 됐다.

이 과정에서 큰 틀을 잡는 금융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은행이 이견 없이 한 목소리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한 게 주효했다. 특히 무려 31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을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임에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큰 시너지를 냈다.

최종구 위원장은 그동안 뚜렷한 색깔이 드러나는 혁신적 정책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무색무취’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유례없이 강도 높은 발언들로 박 회장을 압박했다.

최 위원장은 처음 아시아나항공 문제가 불거지고 사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와 대주주가 좀 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의있는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며 박 회장을 겨냥했다.

결정타는 11일 날렸다. 그는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 두 사람이 뭐가 다르나”고 말하며 사실상 오너일가의 전면 퇴출을 입에 담았다.

결국 이 발언이 나온 지 닷새 만에 박 전 회장이 백기투항했다.

최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채권단에 힘을 실어주는 동안 채권단도 물 밑에서 박 전 회장을 압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구계획을 제출하자 이를 바로 언론에 공개한 점을 놓고 사실상 매각밖에 답이 없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할 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최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놓고 노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정치권에서조차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주인을 찾아주면 조선업 전체가 활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현재 조선업 업황을 봤을 때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종구 위원장이 전임 금융위원장과 비교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이 회장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가 계속 나왔는데 오히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측면 지원하면서 구조조정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