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애의 피해 보상기준을 구체화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관련 약관을 개정할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6일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와 국회 양쪽에서 통신3사가 통신장애에 관련된 피해보상을 약관에 명확하게 담는 데 필요한 법적 기준을 만드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5G 맞아 통신장애 보상기준 세우는 법적 근거 마련 움직임 활발

▲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의 감소처럼 통신장애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손해도 통신사업자가 배상하는 계획을 세워 이행해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해배상 청구의 절차를 법률에 명시하면서 통신사업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놓은 이용자 보호기준을 지켜야 하는 방침도 들어갔다.

이에 앞서 국회가 2018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장애가 생기면 통신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의무화한 점을 보충한 것이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의의는 소상공인 등이 통신장애로 입은 2차 피해의 배상기준과 처리절차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데 있다”며 “이 개정안이 의결된다면 통신3사가 약관을 바꿀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3사와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과 협의해 통신장애 피해의 구제에 필요한 구체적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통신장애 피해의 산정기준과 통신사업자의 보상방식 등을 구체화한 제도 개편안을 6월 안에 내놓을 방침을 세웠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월 간담회에서 “통신장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보상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국회 입법과 정부의 제도 개편이 선행되면 통신3사에서 통신장애와 관련된 약관을 수정하기 위한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약관에 이동전화와 인터넷서비스를 3시간 연속으로 못 받거나 1개월 동안 6시간 이상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기본료)와 부가사용료의 6배를 보상하는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통신장애에 따른 영업손실 등 간접적 피해의 보상은 약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8년 10월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를 계기로 현재 통신3사의 약관이 통신장애에 따른 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기 힘들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KT는 아현국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최대 120만 원까지 보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보상 결정은 특정 사례에만 적용된 만큼 통신3사가 약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통신장애에 따른 간접적 피해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 약관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은 무인비행기(드론)과 자율주행차, 자동화 공정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등에 폭넓게 쓰인다.

통신장애가 생기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영업손실이 급격하게 불어나거나 자율주행차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터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초에 통신사의 약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5세대 이동통신 시대로 갈수록 통신장애가 터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이용자의 불편과 이용자의 안전 보호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각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T는 국회의 입법절차와 정부의 제도개편에 따라 통신장애 관련 약관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관련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관계자는 “약관 개정은 통신사에서 임의로 결정할 부분은 아니고 정부와 국회 등과 협의해야 한다”며 “관련 법제화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