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을 통합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오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IT 통합작업을 추진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를 위해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IT 관련 인력을 현대오토에버로 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일석, 현대차그룹 '하나의 IT' 위해 현대오토에버로 인력통합

▲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16일 현대오토에버와 현대모비스 등에 따르면 오일석 대표가 18일 현대모비스 본사를 방문해 '기업설명회'를 연다.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오 대표는 현대모비스 내부 IT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대오토에버의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적 동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의 IT 인력 통합작업이 임박하자 오 대표가 직접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 대표와 함께 현대오토에버 인사팀 관계자들도 설명회에 참석한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모비스 직원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현대오토에버 인사팀 관계자들은 2일에도 현대모비스를 방문해 IT 관련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비전과 임금, 복지체계 등을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내부적으로 현대오토에버로 이동할 IT 관련 인력을 대강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에는 약 72명의 IT 관련 인력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IT시스템 관리와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30명가량의 직원이 현대오토에버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기획과 보안 등을 담당하는 나머지 인력은 앞으로 현대모비스에 남아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IT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집중한다.

현대모비스는 오 대표 방문 이전인 17일에는 자체적으로 직원을 대상으로 전출과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 인사발령은 설명회 이후 나며 인사이동 날짜는 5월1일이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모비스 IT 관련 인력을 절반 가까이 흡수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도 현대오토에버 중심의 현대차그룹의 IT 인력 통합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토에버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이전부터 현대차그룹의 IT 표준화와 통합사업을 이끌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각 계열사로 흩어져 있는 IT 관련 인력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 대표는 3월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까운 미래에 그룹 IT 표준화 및 통합사업(One-IT)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 내부의 역량을 결집해 사업 고도화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현대오토에버 경영관리실장도 이 자리에서 “그룹사의 IT 수준이 비슷한데 별도로 나눠 운영하는 것은 인력과 인프라 낭비”라며 “통합 IT 플랫폼을 구축해 중복업무를 제거하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출 증대와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이 별도로 구축해서 운영하던 시스템을 그룹 통합 IT 플랫폼으로 통합화·표준화하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인력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IT 직원들이 대거 현대오토에버로 이동하게 되는 것은 맞다”며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대상으로도 IT 인력 통합 작업을 실시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IT 관련 인력들도 현대오토에버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번지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작업을 도맡는 등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기반해 급성장한 회사다. 상장 과정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캡티브마켓(계열사끼리의 내부 시장)에 주력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인력통합이 그 첫 단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오일석 대표가 추진하는 인력통합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근무지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데다 임금과 복지체계가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놓고 불안해 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 대표가 앞으로 다른 계열사에까지 인력통합작업을 이어가려면 직원들의 이런 마음을 다잡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