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그룹의 인수합병 대열에 아시아나항공도 넣을까?

15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SK그룹이 유력한 매수자로 꼽히고 있다.
 
[오늘Who] 최태원, SK 인수합병 목록에 아시아나항공도 넣을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을 매입하려면 인수자가 1조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33.5% 지분(3847억 원+경영권 프리미엄)을 매입하고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1조2700억 원)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자금력과 높은 신용도를 보유한 SK그룹이 유력한 매수자로 떠오르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상위 10대 그룹 가운데 SK그룹의 연결기준 현금보유액(28조5500억 원)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 금융기관 예치금 등을 합친 금액이다.

SK그룹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7조117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견조한 신용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인수자 후보로 오르내리는 CJ그룹, 애경, 한화그룹 가운데 자금력만 놓고 보면 SK그룹이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SK그룹이 올해 초 새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8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SK그룹은 유공(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등의 굵직한 인수합병으로 큰 회사다. 그만큼 인수합병의 DNA가 강하다.

항공사업과 정유사업 사이의 시너지가 큰 점도 최 회장에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업에서 항공유 비용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연료유류비로 2조596억 원을 지출했다. 전체 비용 가운데 29%를 차지한다. 

이미 거래도 텄다.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항공유를 들여왔다. 아시아나항공이 SK그룹으로 편입된다면 SK에너지나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유회사들과의 시너지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이 SK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최 회장에게는 매력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SK하이닉스를 대신할 ‘포스트반도체’ 사업을 찾는 일이다.

최 회장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바로잡아 정상화한다면 SK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현금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 재무전문가는 "아시아나항공은 SK그룹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훌륭한 자금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282억 원을 올렸는데 금융비용으로 1635억 원이 나가면서 전체 순손실 1959억 원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이 떠안고 있는 거대 차입금만 해결한다면 재무구조가 단숨에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영업능력이나 현금흐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산업은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항공여객 수송은 전년보다 6.5% 증가했으며  2019년에도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8.1% 증가했고 외국인 입국자 수는 15.2% 증가해 전체 출입국자 수는 10.6%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올리기도 했다. 

화물 수송량도 늘고 있다. 2018년 화물 수송량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호조세로 전년보다 3.5% 증가했으며 2019년에도 3.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현재 인천공항은 4단계 확장 중인데 2023년에 확장이 끝나면 여객 수용능력만 30%가량 늘어나게 된다. 슬롯이 곧 항공사의 매출인 만큼 투자여력만 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슬롯을 늘려 한 단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휩싸였었다. 

지난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여기에 더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가 SK수펙스추구협의회(부사장)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다는 말이 떠돌았다. 

최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퇴임까지 6년 동안 제주항공에 몸담으며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고 회사를 1위 저비용항공사로 키운 인물이었다.

SK그룹 지주회사 SK는 지난해 7월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라 최 회장이 인수 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