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은 왜 다음 회장 선임절차를 서두르는 것일까?

최고경영자를 공모하는 회사들은 레임덕 등을 우려해 대개 임기 마지막 해 중후반에 다음 회장 선임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 KT가 올해 특별히 회장 선임절차를 앞당겨 시작한 것으로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황창규, 5G 전쟁 중에 KT 다음 회장 선임절차 왜 조기에 꺼냈나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15일 KT 안팎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T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다음 회장후보를 결정할 수도 있다. 황 회장의 임기가 9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다음 회장후보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를 높고 황 회장이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나 검찰수사 등에서 벗어나 임기를 완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 회장은 그동안 더 이상 연임을 않겠다고 밝히며 퇴임 압박을 넘어가려 했었는데 여의치 않자 차기 회장 조기 선출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올해 초 CES 등 굵직한 행사에서 “통신회사 대표이사는 6년이 딱 적당하다”며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설 뜻을 내보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황 회장에게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화재 통신재난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면서 청문회를 계획하는가 하면 황 회장이 정치권과 군·경, 공무원 출신 등을 KT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뒤 그 명목으로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했다며 황 회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의 폭로에 황 회장의 고액 자문료 의혹과 더불어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은 다음 회장후보를 조기에 내세움으로써 실질적 권력 이양의 모습을 보여줘 소나기를 피하고 남은 임기를 완수하는 선례를 남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KT 다음 회장을 놓고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인회 KT 사장도 후보군을 고사했는데 황 회장이 퇴임한 이후 KT 경영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복심으로 차기 유력 회장후보군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김 사장이 올해 KT 정기인사에서 사장 자리에 오르고 최근 이사회에서 KT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을 두고 업계는 김 사장이 황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공세는 여전히 날카롭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KT 차기 회장 조기 공모는 황창규 회장이 청문회 때 사퇴 압박을 피하려는 배수진임과 동시에 후임을 낙점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이 1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 때 사퇴를 요구받으면 차기 회장 선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며 경영권 이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사퇴 압박을 피해가려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황 회장이 지난해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정관개정 전 KT는 CEO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후보를 주주총회에 바로 추천하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이사회가 최종후보 1인을 선정해 추천하게 된다"며 "현직회장 본인이 후보가 아닌 경우에는 의사 및 결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황 회장이 세간의 의심을 벗고 진정성을 찾으려면 선임절차에 들어간 지금 스스로 사퇴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요구했다.

KT는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KT는 사실상 케이블TV 인수합병 시장에서 손발이 묶여 있다.

'KT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로 KT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악재들이 사실상 황 회장을 겨냥한 압박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5G 시대가 문을 열어 경쟁사들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라 KT가 사업에 온전히 집중을 해도 모자라는 상황인데 회사가 이런 저런 외환에 휩싸여 있어 동력이 분산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