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주인이 바뀐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한 지 채 석 달도 되기 전에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오늘Who] 이동걸, 아시아나항공 주인 바꿔 살리기 시험대 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함께 30년 넘게 우리나라의 하늘을 책임졌던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으려 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못지않은 ‘빅딜’이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동걸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의사를 전달했다.

겉으로는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매각을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 회장의 끊임없는 압박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이 회장은 앞서 박 전 회장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힌 데 이어 3년 뒤에도 정상화가 안 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전했을 때도 박 전 회장을 향한 압박강도를 전혀 낮추지 않았다.

사실상 이 회장의 머리 속에 ‘아시아나항공은 매각만이 살 길’이라는 정답을 써 놓고 박 회장을 밀어붙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면서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이어 국내산업의 역사에 획을 긋는 두 가지 일을 석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해치웠다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이 회장이 매각을 밀어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아시아나항공이 산다는 것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의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볼 때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결코 만만한 매물이 아니다. 부채도 많고 딸린 자회사도 많다.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자회사 하나의 기업가치도 결코 낮지 않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자칫 아시아나항공이 더 흔들릴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인수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제2, 제3의 박삼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매각을 강하게 밀어붙인 이 회장은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항공산업은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 대외적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 산업이다. 국제유가에 따라 한 해 실적이 흑자와 적자를 오갈 정도다. 부채비율도 워낙 높고 질병의 전염이나 테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항공사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항공운수 배분권을 쥐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정관계 인맥이나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이 회장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주주를 제거하는 게 목표가 아니고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가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각작업이 길어지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당히 큰 회사여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러 달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후보로 오르내리는 회사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현재 SK그룹, 한화그룹, 애경그룹 등이 잠재후보로 꼽히는데 일부 회사는 경험이 없다는 점이, 일부 회사는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금 당장은 ‘매각이 정답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동걸 회장이 그동안 산업은행 회장들이 미루고 미뤄왔던 과제의 첫 발을 뗀 건 분명해 보인다.

이 회장은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CEO 특강’에 참석해 “최악의 결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결정, 무행동”이라며 “기득권 반대가 있더라도 정부와 사회는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