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주력 차종의 연식변경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말부터 신차를 연달아 출시하자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시장에 일찌감치 선보여 고객 이탈현상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아차, K9 K5 '2020년형' 연식변경모델 출시 서두르는 까닭

▲ 기아자동차 '2020년형 더K9'.


15일 기아차는 첨단 안전·편의사양과 디자인을 강화한 2020년형 더K9을 내놨다.

기아차가 2세대 K9인 더K9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4월인데 1년 만에 연식변경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1분기가 막 지난 시점에 2020년형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완성차기업은 3~4분기에 연식변경모델을 시장에 내놓는다.

자동차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기아차가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을 지키기 위해 연식변경모델의 출시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의 더K9 경쟁모델은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과거 EQ900)이다.

제네시스는 2018년 11월 말에 EQ900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G90을 내놨다. 부분변경모델인데도 신차급으로 외관이 싹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도 대거 장착됐다.

제네시스는 출시 첫 달인 2018년 12월에 G90을 모두 2139대 판매하며 더K9 판매량(1064대)을 큰 차이로 제쳤다. G90 판매량은 1월 1348대, 2월 924대로 급격하게 줄긴 했으나 3월에 다시 2346대로 늘어나 더K9을 압도했다.

기아차는 과거에 1세대 K9을 판매할 때 제네시스 EQ900 출시 탓에 판매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자칫 연식변경모델을 늦게 출시하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판단해 연식변경모델의 출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더K9에 기아차 최초로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모든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이는 G90에 최초로 적용된 기술로 제네시스와 비교해 상품성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

2020년형 K5도 더K9과 마찬가지 이유로 출시시기가 빨라졌다.
 
기아차, K9 K5 '2020년형' 연식변경모델 출시 서두르는 까닭

▲ 기아자동차 '2020년형 쏘렌토'.


기아차가 2020년형 K5를 내놓은 것은 3월12일이다. 현대차가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해 내놓은 쏘나타의 출시시기와 불과 9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아차는 K5의 연식변경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1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야만 적용할 수 있었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드라이브와이즈’의 주요 기술을 기본모델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상품성을 강화했다.

정차시에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차량이 정차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오토홀드’ 기능이 포함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도 주력 트림에 기본화했다.

이런 기능들은 현대차의 8세대 쏘나타에 대부분 적용돼있다. 이 또한 쏘나타와 동등한 상품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앞서 기아차는 새해가 시작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1월28일에 2020년형 쏘렌토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가 2018년 12월에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면서 쏘렌토급의 중형 SUV 구매를 원했던 소비자들이 대형 SUV로 대거 이동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신형 모델 출시를 서두른 것으로 해석됐다.

쏘렌토는 기아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카니발 다음으로 많은 판매대수를 보이는 주력 모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