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배경으로 박 전 회장을 향한 강한 불신이 꼽힌다.

금호타이어 매각과 이번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 등으로 박 전 회장을 향한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오늘Who] 박삼구는 왜 '불신의 아시아나항공 오너'로 몰렸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내부 협의를 거쳐 채권단의 지적사항을 반영한 새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새 자구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자구계획이 채권단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채권단이 기존 자구계획을 거부하며 사재출연과 유상증자 등의 내용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현실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사재가 많지 않은 데다 유상증자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정부가 오너 일가의 완전한 퇴진을 원하고 있다는 시각은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물러나고 아들이 물려받는다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 혹은 박세창 사장 아래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박 전 회장의 그룹 확장을 향한 욕심과 경영인으로서의 판단 실수가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웠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2017~2018년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과 상표권 문제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매각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고 결국 채권단은 기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넘겨야만 했다.

박 전 회장은 당시에도 금호타이어의 경쟁력보다는 경영권을 되찾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은 것 역시 작은 부실을 숨기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그 이후의 수습도 매끄럽지 못했다.

5천억 원의 자금과 3년의 시간을 달라며 가져온 자구계획에 실질적 방안이 거의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시간을 끈 뒤 대선 등을 이용해 정치권을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의 ‘꼼수’가 너무 노골적이라 불쾌하다는 반응조차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박삼구는 물론 ‘경영인’ 박삼구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된 배경에 박 전 회장의 잘못된 경영적 판단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었으면 벌써 몇 번이고 자리를 내놨어야 할 판”이라며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공중분해로 내몰았고 힘들게 아시아나항공을 되찾은 뒤에도 아시아나항공에 집중하지 않고 부족한 자금으로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는 무리수에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룹 확장 그리고 그룹 재건에서 돈줄 역할을 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때 아시아나항공은 직간접적으로 인수주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