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여기저기 돈 쓸 곳의 증가로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ICT 계열사들의 사업 육성에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가고 있는 데다 이동통신(MNO) 사업에서 5G 인프라 구축에도 아직 큰 돈이 필요하다.
 
돈 쓸 곳 많은 SK텔레콤, SK하이닉스 화수분 노릇도 불안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훗날 중간지주사를 구성할 이동통신과 미디어, 보안, 이커머스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지출이 따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중간지주사 전환에 5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 SK텔레콤의 잇따른 투자결정을 놓고 재무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날 535억 원을 들여 디지털 미디어렙 ‘인크로스’ 지분 34.6%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인크로스가 ‘옥수수-푹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통합플랫폼’의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옥수수-푹 통합플랫폼은 현재 SK텔레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통합플랫폼은 7월 초 출범 예정인데 SK텔레콤은 최근 초기 투자금으로 이곳에 9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도 추진 중이다. 미디어사업 가운데 IPTV 등 유료방송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 결정을 내렸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지분인수가 이뤄지는 만큼 SK텔레콤이 실탄을 아끼게 됐다는 분석이 쏟아졌지만 사모펀드 ‘IMMPE 컨소시엄’의 티브로드 지분 20.13% 정도는 사야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IMMPE 컨소시엄은 지난해부터 태광산업에 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 회사를 추가로 인수하기 위해 딜라이브나 CME, 현대HCN 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렇듯 SK텔레콤은 올해 들어서만 여러 차례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에도 보안사업을 단숨에 크게 불리기 위해 ‘ADT캡스’를 7020억 원에 인수했고 이동통신사업에 보탬이 될 스위스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700억 원에 사들였다. 

SK텔레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SK하이닉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시행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간지주회사는 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에 불과해 9%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5조 원의 자금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금이 5G사업 초창기인 만큼 SK텔레콤의 5G 설비투자(CAPEX) 자금도 무시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설비투자(CAPEX)로 2조1300억 원을 집행했는데 업계는 5G 추가 인프라 구축에 올해 이동통신사들이 설비투자비용을 지난해보다 30%가량 늘려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재무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지난해 순차입금이 연결기준 6조800억 원, 별도기준 4조2800억 원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또한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자비용은 1829억 원으로 이 역시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3월 SK텔레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와 5G 관련된 투자 등을 늘리며 공격적 투자를 지속해 재무구조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 순이익이 올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SK텔레콤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실적 의존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 덕분에 SK텔레콤이 대규모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K하이닉스로부터 지분법 이익 3조2381억 원을 인식했는데 이는 SK텔레콤의 전체 순이익 3조1320억 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11번가 등 다른 자회사가 오히려 전체 연결 순이익을 깎아먹었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5조5425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었는데 올해에는 3조668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순이익에서 76.4%가 줄어드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자체 실적도 장담하기 어렵다. 선택약정할인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이통3사의 이동통신사업 매출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저마다 콘퍼런스콜에서 5G 가입자를 확보함에 따라 하반기쯤에는 매출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 전망은 엇갈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