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운명이 결정되는 데드라인은 이르면 5월 초, 늦어도 5월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운명의 데드라인은 5월15일, 박삼구 매각 결심하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을 사실상 거절한 것을 놓고 박 전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박 전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스스로 매각하든지 강제로 빼앗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1분기 실적 발표 기한인 5월15일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운명을 가를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는 5월15일까지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쳐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실적과 함께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른 재무구조를 공개하게 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게 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시장에 판매한 수많은 회사채의 조기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또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압박도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이 6일 기한 만료되는 아시아나항공 재무개선 업무협약을 한 달 연장했다는 것을 살피면 아시아나항공 운명을 가를 데드라인은 5월 초로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과 업무협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현재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돼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5월6일이 임시공휴일이기 때문에 5월3일까지는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거나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연장하지 못하는 둘 가운데 하나의 상황만이라도 발생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항공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어떻게든 이와 같은 일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박 전 회장의 영향력이 아시아나항공에게 미치고 있는 이상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든 법적 지위를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금호고속의 대주주로서 금호고속의 자회사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고리가 끊어지기 위해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털어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게 된 근본적 원인은 지배구조에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에는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기준은 대주주의 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역시 박 전 회장을 다시 믿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09년 박삼구 회장이 물러났다가 복귀했을 때 국민에게 손실이 많이 전가됐다”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구계획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협의를 거쳐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계획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