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중국시장에서 빛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는 중소규모 배터리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LG화학,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에 투자한 결실이 보인다

▲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 전기차 4종에 보조금 지원 여부가 5월 발표된다.

둥펑르노의 전기차 4종은 중국 공업신식화부의 보조금 형식승인을 받았다.

이 차량이 최종목록에 이름을 올린다면 LG화학은 현지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시의 신장 경제개발구에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그동안 보조금 지급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해 사실상 시장 진입이 봉쇄되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수입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 배터리회사들의 현지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세웠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2월에도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 상하이GM의 전기차가 형식승인을 받았지만 최종목록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지원정책의 기조를 자국업체 보호에서 기술 수준 향상으로 바꿔 잡으며 진입장벽을 허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3월26일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내놓은 새 전기차 보조금정책에 따르면 전기차의 최소 주행거리 제한이 150킬로미터에서 250킬로미터로 높아졌다.

전기차가 탑재한 배터리의 에너지밀도 최소 요구치도 킬로그램당 105와트시에서 125와트시로 상향됐다.

이에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중소규모 배터리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한편 효율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NCM배터리,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음극재를 만드는 배터리)시장에 LG화학이 들어설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상위 2개회사를 제외한 중국의 중소규모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6~34%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한국 배터리회사들이 모두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상위 2개회사는 CATL과 BYD로 모두 NCM523 배터리(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을 5:2:3으로 섞어 만드는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LG화학은 두 회사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앞선 만큼 보조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원계 배터리의 효율은 니켈 함량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LG화학은 NCM622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NCM712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NCM811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22년 양산을 목표로 NCMA 배터리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NCMA 배터리는 니켈의 함량을 90%까지 높이는 대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을 섞어 만드는 배터리다.

LG화학이 이번 기회에 또 한 차례 좌절을 겪더라도 중국시장 진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대 고객사인 폴크스바겐의 등에 업혀 중국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
 
LG화학,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에 투자한 결실이 보인다

▲ 중국 난징 신장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1공장. < LG화학 >


지난 3월15일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외국 회사가 중국시장에 진입할 때 합작법인 설립 강요를 금지하는 법안이 의결됐다. 이로써 외국 완성차회사들이 독자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폴크스바겐은 5월3일부터 3세대 전기차 ID3의 사전계약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선두주자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에 독자적 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전기차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술이전이 동반되는 합작법인 설립도 감수한 전례가 이미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상하이자동차와 손잡고 상하이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시장이 그만큼 매력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NEV,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 의무판매정책을 실시하는 등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제조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한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

LG화학은 폴크스바겐에 가장 많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로 폴크스바겐의 중국 전기차시장 진입은 LG화학에 우회 진입로가 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은 올해 하반기부터 80억 원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액을 공급으로 현실화하며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수요 없이도 글로벌 1위의 수주잔량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중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앞서 1월 난징시 신장 경제개발구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2조1천억 원을 들여 신장 경제개발구 근처의 빈장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이 중국시장 진입에 성공해 그동안 투자해온 빛을 볼 수 있다면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성장세에 날개가 달리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