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봉합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선3사가 일단 한숨을 놓게 됐다.

그동안 선주들은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 침체 탓에 발주를 망설여왔는데 협상이 마무리되면 조선3사 수주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되면 선박 발주 늘어난다, 조선3사 가슴졸여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10일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합의가 멀지 않았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매체 디이차이징(第壹財經)은 “지난해 12월 이후 무역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합의가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회담 기록을 보면 미국과 중국은 올해 4개월 동안 진행한 회담이 지난해 전체 회담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길어지면 물동량 감소로 업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왔다. 조선업계로서도 당장은 몰라도 물동량이 줄면 장기적으로 선박 수요가 축소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 역시 주춤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3년 동안 1분기 글로벌 누계 발주량을 보면 2017년 414만CGT에서 2018년 996만CGT로 141%가량 늘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573만CGT로 다시 42%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선주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수주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제외)은 2월 기준으로 4억6200만 달러치를 수주하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보다 43.2% 줄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들어 각각 13억 달러치를 수주한 것과 비교해 다소 뒤쳐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에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분기 수주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 때문은 아니고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며 "LNG 관련 프로젝트 등이 무역분쟁으로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감은 있지만 카타르와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서 발주가 기대되는 만큼 2~3분기에는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3사는 LNG운반선뿐 아니라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수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CFO 간담회에서 "LNG운반선과 초대형 에탄운반선업황은 매우 호조"라며 "중국에서 에탄 분해시설(ECC)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무역협상 마무리와 함께 미국에서 중국으로 에탄을 수출하는 초대형 에탄운반선 발주가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탄 분해시설은 에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초대형 에탄운반선은 대규모 에탄 운송을 위해 건조되는 선박으로 아직 시장 형성 초기단계에 있다. 삼성중공업이 2014년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로부터 6척을 따낸 것이 세계 최초의 발주 기록인데 비슷한 규모의 선박들보다 건조가격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선사 델로스(Delos)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9만3천㎥급 초대형 에탄운반선을 각각 3척씩 모두 6척 발주하기도 했다.

선박이 건조되면 중국 화학기업인 STL이 장기 용선계약을 통해 배를 빌려 쓰기로 했었지만 델로스가 건조대금을 내지 못하면서 올해 3월 STL이 직접 선박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 선박들의 가격은 척당 1억2400만 달러 수준이며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보다 소폭 높은 가격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시점은 2021년 2월까지다.

STL은 델로스로부터 배를 인수하면서 옵션분 6척에 관한 계약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STL이 에탄을 나르는 데 초대형 에탄운반선이 12척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선사를 중간에 끼고 6척을 추가 발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협상 흐름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이 막판 쟁점에 관한 타협에 실패하면 단순한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은 휴전 뒤 유럽연합(EU)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