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부총리가 4월 말에 국회에 내겠다고 예정한 추경 편성안의 용도와 규모 등을 놓고 여야 공방이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오늘Who] 홍남기, 추경 편성해도 국회 문턱 넘기는 가시밭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안을 목적별로 분리하라는 주장은 민생경제를 외면하는 ‘절름발이’ 추경을 하자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재난 지원과 경기부양용 추경안을 국회에 따로 제출해야 한다고 기재부에 요구한 점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렇게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홍 부총리가 신속한 추경 집행을 통해 글로벌 경기의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9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추경예산안을 보고했다. 그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예산이 시급하게 필요한 곳에 정부 지원이 늦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지시도 받았다.

홍 부총리는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도 “글로벌 경기 하강이 본격적 영향을 미치기 전에 추경 편성을 비롯한 국내 경기 보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경기를 보강하기 위한 추경이 사실상 2020년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예산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홍 부총리가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을 확대하는 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당 미래당 평화당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는 등 다른 정쟁요인이 많은 점도 홍 부총리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추경 규모도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홍 부총리가 추경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로서는 6조 원 안팎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월 초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규모를 1조 원 정도로 말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사업을 비롯한 경기부양용 예산이 5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경에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 잔여금은 629억 원에 머문다. 한국은행 잉여금 3천억 원과 기금 잉여금 1조3천억 원을 합쳐도 1조6천억 원 정도다.

기재부가 추경을 6조 원대로 편성한다면 4조5천억 원 수준의 나랏빚을 내야 하는 셈이다. 홍 부총리가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국채의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무릅쓰고 경기 부양용 추경을 확대 편성하려 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월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기재부의 업무보고에서 홍 부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에 경제지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고 했는데 정부가 갑자기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을 하겠다고 했다”며 “국가재정법의 추경요건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추경안의 국회 의결이 이번에도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낸 2017년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2018년 추경안은 46일 만에 의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