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에 불어오는 수주 훈풍에도 고용시장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다.

올해 역시 ‘빅2’ 재편에 따른 혼란, 해양플랜트시장 회복에 관해 엇갈리는 전망 등으로 고용 확대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선3사에 수주 훈풍 불어도 고용은 여전히 한겨울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4일 조선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합산 직원 수는 3만4837명으로 전년보다 7.4% 줄었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기업 중에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87개 기업의 직원 수를 분석해 보면 조선3사의 고용 축소는 더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 동안 87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 8292명을 내보냈다. 삼성중공업은 직원 1783명, 대우조선해양은 1323명이 줄어 각각 3번째, 5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통계청이 지난해 하반기 고용지표를 집계한 결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는 실업률이 7.1%로 전국 최고를 보이기도 했다.

조선업황이 나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대우조선해양은 4년 만에, 삼성중공업은 3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각각 재개하기는 했지만 관리나 연구개발(R&D)직 등을 소폭 채용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도 조선3사는 당분간 생산직보다는 연구개발직을 중심으로 고급인력을 소규모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오히려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노조는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기업결합 이후 사실상 어느정도 인력 감축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대중공업은 엔진사업을 제외하면 대우조선해양과 사업영역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조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겹치는 인력을 조절하는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가칭)이 출범하면 조선 연구개발은 여기서 총괄하게 되는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연구인력만 각각 수백여 명인 만큼 통합 과정에서 조직정비도 필요하다.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안한다고 말로는 누가 못하느냐"며 "지금은 감축 안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당분간 고용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해양플랜트업황과 관련한 시장 전망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가채 매장량(기술적,경제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을 늘리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해양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지만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시장 조사기관인 반체로코스타(Banchero Costa)의 랄프 레슈친스키(Ralph Leszczynski) 연구원은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석유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해양플랜트시장의 침체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며 "대체 언제 해양부문이 회복할지, 과연 회복할 수는 있을지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2016년 바닥을 찍었다가 2018년 중반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이는 해양시장에 거의 아무런 긍정적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결합작업에 몰두한 사이 경쟁국 조선사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1년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경쟁국 승인이 차질을 빚으면 완료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

CGS-CIMB 증권의 임석희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2년 정도는 인수작업과 추후 구조조정 등에 몰두하면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싱가포르 케펠(Keppel Offshore & Marine)과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 등 한국의 라이벌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슈친스키 연구원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안게 될 재무적 부담을 감안하면 공격적 수주에 나서기 힘들 수 있다"고 봤다.

기업결합 이슈에서 자유로운 삼성중공업도 사정이 빡빡하긴 마찬가지다. 4년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올해도 흑자 전환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고용을 크게 늘리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해도 조선3사가 인력 확충보다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채용은 58명으로 작게 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는 아직 계획이 없고 하반기쯤으로 채용을 예상하는데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