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향한 금융권의 압박은 계속 커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 직접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오늘Who]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책임' 요구에 무얼 내놓을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위기에 채권단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내밀 가장 현실적 카드로 박 회장의 금호고속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꼽힌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박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형태로 이뤄져있다.

박 회장과 박 회장의 가족이 들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은 모두 56.9%에 이른다.

문제는 박 회장이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금호고속 지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2018년 12월 금호고속 지분 5.28%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보유지분 전체를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외화보증 여신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2015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 지분 40%를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분은 아직 담보가 해제되지 않았다.

금호기업은 2016년 금호터미널과 1:1 비율로 합병했고 2017년에는 금호고속과 1:0 비율로 합병했다. 이를 살피면 2015년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이 담보로 제공한 금호기업 지분은 현재 금호고속 지분의 약 2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이 아직 담보에서 자유로운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다면 그룹의 오너가 그룹 지주회사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신뢰를 얻어내는 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금호고속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은 그룹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을 살피면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 보유 지분을 매각해 그룹을 통째로 상실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7년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약 67%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거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자구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 회장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업무협약(MOU) 기한 만료에 따른 관리수단 부재와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새로운 업무협약을 다시 맺을 때까지 임시적으로 기존 업무협약을 내용변경 없이 1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할 때까지 한 달의 말미가 생긴 셈이지만 이를 두고 박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결단할 것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박 회장이 한번 경영권을 내려놨다가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회장이 확실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09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스스로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1년 뒤인 2010년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전문경영인으로 회장에 복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비핵심자산 매각, 영구채 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년 기한의 업무협약을 2018년 4월6일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다시 체결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 등급에서 BB+ 등급으로 하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해 3월27일 “아시아나항공이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개선 업무협약을 다시 맺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