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때 미래에셋대우 자산 유동화증권(ABS)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두 사례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했다는 점, 형식적 거래주체가 아닌 실질적 거래주체를 따진다는 점 등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에 미래에셋대우 사례 보나

▲ 금융감독원.


2일 금감원에 따르면 3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다뤄질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자금 부당대출 안건과 관련한 법률 검토작업을 마무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돼도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제재심의위원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제재심의 담당 부원장보, 법률자문관과 금융위 안건 담당 국장 등 4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안건과 관련해 제재심의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구축할 때 미래에셋대우 자산 유동화증권(ABS)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사례와 미래에셋대우 자산 유동화증권 사례는 특수목적회사(SPC) 활용한 데다 거래의 형식적 주체와 실질적 주체가 다르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둔 2500억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700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특수목적회사를 15개로 쪼갠 뒤 특수목적회사별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맞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시장법은 신규 발행 증권을 50인 이상에게 판매할 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 주체를 특수목적회사 15곳이 아닌 미래에셋대우 한 곳으로 보고 '사실상 공모'라고 판단해 미래에셋대우에게 과징금 20억 원, 기관주의, 해당 임원 감봉 등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발행어음 문제에서도 형식적 거래주체인 특수목적회사보다는 실질적 주체가 누구냐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 원가량을 특수목적회사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조달받은 자금으로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매입했는데 최 회장이 이 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서 SK실트론 지분은 최 회장에게 넘어갔다. 최 회장은 자기 자금을 들이지 않고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3월27일 업무보고에서 "금융부문 제재는 실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진행돼 왔다"며 "부산 저축은행 사태, 롯데그룹, 미래에셋 등 과거의 제재들도 특수목적회사가 아니라 거래 실질 주체에 따랐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주장한 것처럼 형식적으로는 제재를 받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금감원이 예전부터 실질을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의 뜻대로 중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행어음과 관련된 첫 제재라는 점에서 미래에셋대우 사례와는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제재로 총수익스와프(TRS)를 비롯한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고 특수목적회사에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3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발행어음 관련 첫 사례이기 때문으로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시장에 좋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에 내리는 제재 수위가 높을수록 발행어음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금감원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소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절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