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스튜드어십코드를 기업의 배임, 횡령 등 위법한 경영행위로 확대한다. 

1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기업의 위법·부당행위 등에 주주로서 활동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안효준, 기업 배임횡령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을 추가하거나 확대하는 방법으로  주주권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그동안은 저배당 문제만 중점관리사안으로 뒀지만 앞으로는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사익편취행위, 임원 보수한도 과다문제도 중점관리사안에 추가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1일 “주주권 행사 로드맵을 바탕으로 올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단계적으로 확대, 강화해 나간다”며 “중점관리사안을 추가할 뿐만 아니라 각 중점관리사안별로 비공개대화,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등  단계별로 수탁자 책임 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속적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는데도 개선하지 않은 기업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 모두 반대의견을 관철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주주로서 영향력을 더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 지정을 통해 기업 변화를 끌어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국민연금은 가장 먼저 배당문제를 중점관리사안에 추가했는데 현대그린푸드가 저배당 중점관리대상으로 포함됐다가 자발적으로 배당을 162.5% 확대했고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도 배당을 늘렸다. 

저배당 중점관리대상은 아니었지만 포스코, KT, SK, 삼성물산, 한화, 대림산업, 사조산업 등 기업들에도 간접적으로 배당 확대 압박을 주는 효과를 거뒀다. 

국민연금은 배당문제 외에 상반기 안으로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이사·감사선임 등과 관련해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 본부장은 2월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해 기타 위탁부문, 경영참여 등 가이드라인은 6월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사내·사외이사, 감사 선임 안건에 찬반의견을 미리 공시하고 특별한 때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큰 틀과 방향을 결정해 공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스튜어드십코드에 기반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자 연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참여주주의 3분의 2나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인 데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주총회 때 반대 의견을 관철한 사례는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 1건에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도 보였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강화는 이런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