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을 국민이 칭찬하고 신뢰하는 최고의 협동조합으로 만들겠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제25대 수협중앙회장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임준택, 부정선거 논란에 수협중앙회장 리더십 '흔들'

▲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임 회장은 격의 없는 소통과 공적자금 조기 상환 등을 내세우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지만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입건돼 국민의 신뢰를 쌓는 일은 물론 수협중앙회장 자리를 지키는 일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해양경찰청은 29일 임 회장과 수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들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임 회장이 2월 수협중앙회장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과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기부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은 혐의 가운데 일부만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수협중앙회장 자리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위탁선거법은 공직선거법과 동일하게 선거 관련 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최근 선거법 관련 판결들을 살펴보면 30만 원 내외의 식사 제공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충북도의원이 2월에 벌금 100만 원형을 받는 등 법원이 선거 관련 범죄를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산업계에서는 해양경찰청이 입건에 앞선 수사 과정에서 임 회장의 당선을 무효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중대한 혐의를 포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단위 수협 관계자는 “임 회장의 선거법 관련 위반 의혹을 두고 해경에 많은 신고가 들어갔다”며 “이 가운데는 임 회장이 대표로 있는 미광수산 등의 법인카드로 몇 개월 전부터 조합장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왔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27일부터 수협중앙회장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직원과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협중앙회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도 임 회장은 “회장실의 문은 늘 열려있다”며 “언제든지 찾아와 함께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4월1일부터는 소통 확대를 위해 지방 수협 방문에도 나선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임 회장의 행보는 임기 초반부터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2027년으로 잡혀있는 수협중앙회의 공적자금 상환일정을 앞당겨 임기인 2023년 안에 조기 상환하겠다는 의지를 취임사에서 보였는데 이 역시도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수협중앙회는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을 지원받았다. 

공적자금 상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협중앙회의 법인세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이 필요하지만 임 회장 문제로 수협중앙회를 둘러싼 여론이 나빠지면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무리해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국회가 여론의 부담을 안고 이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막대한 세수를 포기해야 하는 정부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