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왜 경영일선 퇴진을 전격적으로 결정했을까?

28일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회계사태의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을 비롯해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경영권을 고집하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Who] 박삼구, 경영일선 퇴진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키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박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다.

박 회장은 비상장사이자 알짜 수익원이기도 한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 전체 지배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문제는 금호고속 지분 대다수가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2018년 말 자신이 보유한 금호고속 보통주 14만8012주를 외화보증 여신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금호고속 전체 보통주의 5.28%에 해당한다.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이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던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의 지분 40%도 여전히 담보로 남아있다는 것을 살피면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대부분을 담보로 잡고있는 셈이다. 

2018년 10월 기준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은 금호고속 지분을 각각 29.7%, 21% 들고 있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회계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맞서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의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금호고속 지분까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사임 이후 그룹 경영과 관련해 ”빠른 시일 안으로 명망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할 것을 알린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난 직후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회계 논란으로 빚어진 위기에 이 회장에게 손을 내민 셈인데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개별기업이 금융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위험 가운데 오너 리스크도 포함된다. 과거와 같이 재벌기업에서 황제경영을 통한 불법적 회계처리 등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체제를 통해 경영투명성 강화를 조건으로 금융당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것도 박 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박 회장 역시 29일 열리는 금호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양호 회장과 결은 다르지만 결국 금융당국과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신뢰 회복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회사(아시아나항공)와 대주주(박 회장)가 좀 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26일 아시아나항공과 업무협약(MOU)를 다시 맺는 것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확충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 작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산 유동화증권, 영구채 등 자본 확충 작업에 필요한 행위들은 시장 신뢰가 있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박 회장은 경영일선 퇴진이라는 카드로 금융당국과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