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유통구조 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앞당길 수 있을까? 

김 부회장은 최근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단독대표를 맡게 된 만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글로벌 유통구조 재구축 홀로 떠맡다

▲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바이오시밀 판매 가격 하락으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를 공급받아 세계 37개의 글로벌 유통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동안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연이어 출시해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해졌다. 그 결과 2018년 영업손실 252억 원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2018년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램시마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부회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우선 유통사와 계약내용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가격 인하에 따른 손해를 상당부분 떠안는 방식으로 유럽 유통사들과 계약을 체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램시마를 유통사에 공급할 때는 10만 원이었지만 실제로 판매될 때 가격이 9만 원으로 떨어지면 이를 반영해 일정 금액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분담했다.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최근 김 부회장은 셀트링헬스케어의 부담비율을 조정한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것을 유통사들에 요청했다. 또 ‘최저가격 이하로는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 조건 등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통사와 바이오시밀러 가격변동에 따른 추가 이익과 손실을 일정 비율에 따라 분배하고 있다”며 “각각의 유통사와 개별적으로 계약 변경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직판체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금과 같이 현지 유통사를 거쳐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상당한 판매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램시마의 수수료는 40%, 혈액암치료제 ‘트룩시마’의 수수료는 38%, 유방암치료제 ‘허쥬마’는 37%에 이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럽 주요 5개국(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을 포함한 14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직판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계약 변경을 수용하지 않는 유통사에 공급하던 물량부터 점차 직판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램시마SC(피하주사형 램시마)부터는 완전히 직판체제를 도입한다.

김 부회장은 직판체제를 통해 40%에 이르는 유통 수수료를 15%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제 경영부담을 홀로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부회장과 함께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이끌던 김만훈 대표가 26일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김만훈 대표는 ‘해외 영업전문가’로 불리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법인 설립, 해외 마케팅을 맡았는데 이제 김 부회장이 모든 업무를 떠맡게 된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 목표를 제시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 회장은 26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거둔 매출의 2배는 1조4270억 원이 되는 셈인데 김 부회장이 만만히 볼 수만은 없는 숫자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