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로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기업의 반발은 여전히 부담이고 더 강한 태도를 원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새 이정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과제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은 27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해 조 회장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것도 처음이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대결로 대기업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힘을 보여준 성공사례이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부결은 스튜어드십코드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부결의 기저에는 스튜어드십코드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판단이 작용한 셈”이라며 “앞으로도 스튜어드십코드가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행사방법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면서 주주로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도 만만찮다.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염재호 고려대학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반대의견을 관철하지는 못했다.

물론 조양호 회장과 마찬가지로 굴지의 대기업 회장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은 여전히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기준도 논란이 된다.

국민연금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연임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현 회장도 조 회장이나 최 회장과 같이 검찰 고발 등으로 대내외적 신인도를 낮추고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장기적 주주가치를 고려해 기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현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의 원인을 제공하는데도 이를 뛰어넘은 어떤 장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북경협사업에서 현 회장의 역할 때문인지 등 근거를 더욱 상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재계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경영권을 평가하려면 부분적, 일시적 사정을 넘어 장기간의 경영성과와 총체적 관리능력 등을 중요하게 봐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조 회장 건을 심의할 때 깊은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렸다”고 바라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연금사회주의와 관련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