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선임 건은 위임장 등 의결권 행사내역을 확인한 결과 총 참석주주 가운데 64.1%의 찬성, 35.9%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 안건은 순식간에 처리됐다. 숨 죽인 분위기 속에서 우기홍 대표이사 부사장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고 선언하자마자 장내는 순식간에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북새통 대한항공 주총장, 조양호 '불명예 퇴진'에 순간 아수라장

▲ 인하대학교 총학생동문회가 27일 대한항공 57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조양호 인하대학교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여기저기에서 주주들 사이에 원색적 비난을 포함한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주총장 주변은 일찍부터 북적였다. 주총장으로 향하는 입구에서는 인하대학교 총학생동문회라고 밝힌 이들이 조양호 인하대학교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작 예정시간인 9시보다 훨씬 이전부터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관계자들이 먼저 자리해 있었고 취재진도 200여 명 이상 몰렸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미리 마련됐던 기자석이 부족해 의자를 추가로 배치되기도 했다. 

참석주주들이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참석 등록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참석 등록이 늦어지고 있어 주주총회 개시가 지연되고 있다. 참석하신 주주들의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방송도 여러 차례 나왔다. 

주총은 9시를 십 분 이상 넘겨서야 우 부사장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조양호 장과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주총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조 회장의 연임 안건 부결 이후 소란의 중심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있었다.

채 의원은 일부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고 그들을 대리해 주주총회에 참석했는데 제 1호 의안인 ‘제57기(2018년)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발언권을 얻고 조 회장의 황제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고성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재판 중인 사안을 놓고 왜 발언을 하냐”며 “국회의원은 여기(주주총회)가 아니라 국회로 가라”고 고함을 쳤다.

주총 의장인 우 부사장은 “1호 의안과 관련된 발언을 해달라”고 채 의원을 제지했다. 하지만 채 의원은 “조 회장의 사익편취행위, 퇴직금 지급 규정문제 등이 감사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제 1호 의안과 관련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우 부사장은 “1분 이내로 발언을 끝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 의원은 “주주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새통 대한항공 주총장, 조양호 '불명예 퇴진'에 순간 아수라장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두 사람의 설전은 1호 의안이 통과된 뒤에도 이어졌다.

채 의원은 “주주가 질문을 했으면 이사회에서 답변을 해야지 바로 의안을 통과시켜버리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항의했고 우 부사장은 “질문이 의안과 관계 없다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발언 도중 고성 역시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한 주주는 왜 3호 안건(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과 관련해서는 의견 개진의 기회를 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4호 안건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과 관련해서는 적절하다는 의견과 너무 많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한 주주는 “나눠준 보고서에 보면 2018년에 순손실을 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보수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사 보수를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주주는 “2018년에 대한항공이 6천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사 보수 한도를 동결하는 것은 2019년 경영목표를 이루기 위한 이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이색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를 ‘주주총회의 저승사자 관악산 산신령’ 이라고 소개한 한 주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대한항공 주주총회장이 우리 동네 사랑방 같다”며 “이렇게 좁은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보였다.

남편을 대리해 참석했다는 한 주주대리인은 “주주총회에 처음 와봤는데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며 “내 의견을 개진하고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줄 알았는데 내가 왜 이 자리에 와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연임안 외에 다른 의안들은 모두 통과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주총에서 △2018년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조양호 사내이사, 박남규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다뤘다. 출석 주식 수는 7004만946주(전체 주식 수의 73.84%)였다. 

가장 주목됐던 조 회장 연임 안건은 부결됐고 조 회장은 주주들의 손에 의해 20년 만에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