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진옥동, 신한은행 맡아 '고객중심 DNA' 깨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변화, 도전을 발전의 동기로 삼는 혁신이 지금 필요한 ‘신한다움’이다. 그 신한다움에는 고객만 생각하는 '신한문화'가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이렇게 '신한다움'과 '신한문화'를 강조했다.

진 행장은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메라 앞에 서니 긴장된다”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기자들의 질문에 털털하면서도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좌중을 사로잡았다.

진 행장은 스스로를 '거창하게 슬로건을 내걸고 뭔가를 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3개월 동안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은행 업무라는 것이 워낙 방대한 만큼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답변이 될지 모르겠다”며 입을 뗐다.

디지털과 글로벌, 포용적 금융 등 은행업 전반의 이슈에 겸손한 태도로 답변하던 진 행장은 ‘신한문화’를 설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조직문화로 응집력, 팀워크 등을 말하는데 그보다 신한문화는 '고객 중심'이다”라며 “신한은행은 고객 위주로 시작해서 오직 고객을 바탕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금 신한은행의 조직문화가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내부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한 외부와 경쟁에 쏠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 행장은 ‘신한문화의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장에 내정될 때도 신한문화의 깊은 이해도가 주요 선임 배경으로 꼽혔다.

일본에서 18년여 동안 근무하다 2017년 신한금융지주로 돌아온 뒤 은행과 지주에서 인력개발(HR)임원으로 일했으며 신한금융그룹 직원들이 달고 다니는 ‘원 신한(One Shinhan)’ 뱃지를 고안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진 행장이 취임한 뒤 첫 공식 일정에서 취임 일성으로 '고객 중심 조직문화'를 거듭 주문한 셈이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초기의 사례를 들면서 진정한 리딩뱅크(1등 은행)은 순이익 등 숫자가 아닌 고객의 자산을 얼마나 잘 키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봤다.

진 행장은 “우리는 1990년대에 규모도, 이익도 작았지만 한국에서 은행의 미래를 보는 리딩뱅크(1등 은행)가 어디냐고 물으면 모두들 신한은행이라고 답변했다”며 “그 의미 속에는 신한은행은 뭔가 싹수가 있다는 뜻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KB국민은행과의 1등 은행 경쟁 및 각종 검찰수사에 휘말리면서 내부문제에만 집중하던 신한은행 안팎의 시선을 깨뜨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위해 진 행장이 직원 시절 겪고 몸으로 느꼈던 신한은행만의 고객 중심 문화인 ‘신한DNA’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직원 시절 신한은행 연수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다는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이 지금도 가장 감명깊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인수인계를 받는 90여 일 동안 말을 아꼈던 진 행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마음 속에 담았던 신한문화를 임직원들에게 내보인 셈이다.

진 행장은 “신한문화를 통해 자긍심을 높이고 삶의 가치를 키우며 자랑스러운 일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