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케이블TV 인수합병을 놓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T, 합산규제 재도입 불씨 살아있어 케이블TV 인수합병 '발만 동동'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21일 국회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원의 상당수가 합산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월 법안소위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합산규제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지금도 그런 기조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며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다음 소위 때 바로 처리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1월22일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한 법안2소위의 회의록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을 맡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논의 말미에 “회의 결과 일단 KT스카이라이프가 독립이 되기 전까지는 합산규제는 필요하다는 결론이 지금까지 우리의 공통된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말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KT는 지금 KT스카이라이프를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수단으로 쓰겠다고 하고 있는데 애초에 스카이라이프는 통일 준비와 지역주민들의 방송서비스 제공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라며 “합산규제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회의록 내용을 확인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이 KT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흐지부지된다면 KT 측의 물밑 로비로 간주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폐지냐 재도입이냐 결론을 내지도 못할 정도로 회의가 흐지부지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KT의 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논의의 장을 반드시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로서는 이런 강경한 태도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이 케이블TV 인수합병 퍼즐을 완성돼가고 있는데 KT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시작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CJ헬로 지분인수 인가서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고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추가 인수합병 가능성도 나온다.

KT는 국회의 재합산 규제 논의라는 족쇄만 풀리면 딜라이브를 인수할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KT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 역시 최근 MWC 2019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세계에 없는 한국만이 유일하게 고수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정부와 여러 기관들에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서 풀어나가겠다”고 인수합병에 의지를 보였다.

그렇지만 KT가 국회의 강경자세를 외면하고 딜라이브 인수라는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욱이 KT의 채용비리를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도 벌어지고 있어 KT로서는 국회 앞에서 몸을 사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KT는 규제완화라는 정부쪽 분위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료방송의 인수합병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19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규제 동향과 발을 맞추고 유료방송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의견을 수용한다면 합산 규제 재도입 논의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아현국사 화재 책임을 추궁하고 충분한 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국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KT 관계자는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