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중국 전문가’로서 경험을 살려 하나은행의 글로벌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 행장은 21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EB하나은행장의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오늘Who] '중국전문가' 지성규,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 자신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행장으로서 처음 기자들과 인사하는 자리인 만큼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하나은행의 장기적 비전 가운데 ‘글로벌’을 강조할 때만큼은 상당히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다.

지 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사업과 관련해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문제가 불거졌던 중국민성투자그룹과 관련한 질문을 놓고서도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며 기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중국에서 일했을 때 느꼈던 것은 중국 정부가 지닌 효율성이라는 마치 ‘마법’ 같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발벗고 나서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금융회사 민성투자그룹이 30억 위안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민성투자그룹에 모두 3600억 원 규모로 투자를 해두고 있어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국유은행인 수출입은행 등 중국 정부가 직접 명확한 방향을 지니고 중국민성투자그룹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해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 행장은 바라봤다. 

지 행장의 발언은 오랜 기간 중국과 홍콩에서 쌓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 행장은 30여 년의 은행 경력 가운데 17년가량을 중국과 홍콩 지점에서 쌓았다. 2001년부터 하나은행 중국사업에 관여하며 기틀을 닦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나은행이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세울 당시 설립단장을 맡아 신사업 개척부터 현재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줄곧 중국사업을 총괄해 왔다.

또 중국 법인에서 일할 당시 법인장을 중국인으로 선임했을 정도로 현지화에 줄곧 공을 들여왔다. 덕분에 중국 내 정·재계 주요 인물들과 폭넓은 인맥도 구축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부행장 시절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1조 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하면서 현지 고위관계자와 통역 없이 직접 현안을 논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은 지 행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 민영기업의 부실채권을 두고 세계적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기업들이 잇따라 중국에서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은행은 대부분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는 한국 대기업을 수익기반으로 삼아왔던 만큼 실적이 떨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 행장은 취임하기 전부터 국내 은행이나 비은행 계열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해외사업만 아니라 조직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행장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일부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 행장이 중국에서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글로벌부문을 기폭제로 하나은행의 전체 사업 규모를 더욱 키워나간다면 이런 불안감을 단번에 잠재울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지 행장이 그동안 중국에서 쌓은 실력과 경험, 인맥을 기반으로 행장으로서 ‘합격점’을 얻게 될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