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과를 말하고 성과로 승부를 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오늘Who] 홍남기 취임 100일, 경제사령탑 고민은 여전히 '성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과 투자지표가 부진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정부 경제사령탑에 취임한 만큼 눈에 띄는 혁신성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각오가 담겼다.

홍 부총리는 이때부터 취임 100일을 맞는 19일 현재까지 경제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470조 원 규모의 2019년 ‘슈퍼 예산’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투자와 고용 활성화 등을 위한 구체적 지원 로드맵을 내놓았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비롯한 대규모 민간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고 24조 원 규모의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도 했다.

문제는 성과다.

일부 거시경제지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2월 신규 취업자가 26만여 명 늘어나며 1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이 경제지표 개선의 성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경기상황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월 기준으로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2월 실업자 수도 130만3천 명으로 최근 2년 만에 가장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홍 부총리가 경제성장 쪽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빠르게 돌린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내수경기와 관련된 대책은 시급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홍 부총리는 현재 정책기조를 지키면서 눈에 띄는 고용과 투자성과를 이른 시기 안에 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단기든 장기든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데에도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홍 부총리는 2020년 이후로 예정된 12조6천억 원 규모의 민자사업 착공을 2019년으로 앞당길 계획을 내놓으면서 민간투자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민주당과 협의 아래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입법에 힘쓰고 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를 비롯한 일자리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사령탑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일도 과제로 꼽힌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민주당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경제 ‘원 팀’을 원만하게 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청와대나 민주당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예컨대 홍 부총리는 증권거래세율 인하를 2022년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지켜왔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폐지나 세율 인하를 주장하자 단계적 인하 검토로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을 야당에서 받는다.

홍 부총리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를 검토하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당정청 협의에서 축소 없이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20년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경제정책 집행의 원칙과는 다른 정치적 요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이라며 “홍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의 모습을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