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이 한 달도 안 돼 지난해 영업이익을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하면서 회계처리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9일 회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차바이오텍의 실적 정정공시를 놓고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차바이오텍 실적 정정 놓고 의도성 논란에 금감원도 주시

▲ 이영욱 차바이오텍 공동대표이사.


차바이오텍은 14일 2018년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268억 원, 영업손실 17억4천만 원, 순손실 54억 원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2월20일에 2018년 별도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310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 순손실 15억 원을 냈다는 공시를 정정한 것이다.

잠정실적을 공시한 뒤 한 달도 안 돼 연간 영업이익이 50억 원 이상 줄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이번 변경 공시는 감사 중 수익 인식기준 검토 결과 2018년 매출액 중 일부를 놓고 계정항목 및 기간인식이 변경된 데 따른 것”이라며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면서 2018년 3월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18년까지 영업손실을 봤다면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뒤 1년 동안 영업손실을 낸 기업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게 될 처지였다.

결과적으로 차바이오텍은 2월2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결정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해제되면서 주식의 정상거래가 재개됐다. 상장폐지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문제는 차바이오텍이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을 이유로 관리종목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바이오텍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2018년 12월 마련한 ‘코스닥 제약·바이오기업 상장관리 특례방안’ 덕분이다.

특례방안에 따르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지 않는다.

차바이오텍은 2018년 3분기에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 흑자 전환 여부가 불투명해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는데 금융위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이영욱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부 결산 결과에 따라 잠정 영업이익 흑자로 관리종목 지정해제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위축된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따져 볼 때 차바이오텍이 영업이익 흑자를 적자로 정정한 것은 정부의 특례가 나오자 적자를 봐도 상장폐지 위험이 없으니까 뒤늦게 바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잠정실적을 내고 정정하는 일 자체는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존 숫자와 큰 차이로 흑자가 적자로 바뀌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에도 금융위로부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과다계상했다며 경고를 받았고 외부감사인이 삼정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바뀌는 등 회계처리를 놓고 잡음이 있었다.

차바이오텍은 정부의 특례방안 덕분에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이번 실적 정정은 형식적으로는 내부 결산 과정에서의 수정에 그치게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차바이오텍의 상장폐지 여부가 엇갈리는 상황이었다면 이번 실적 정정은 크게 문제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6월에 있을 일괄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것 정도의 조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바이오텍 관련 내용은 현재 모니터링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30일에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면 실적 변경과 공시 정정 과정에서 합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