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주주권 행사에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차원에서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찬반의견을 미리 공개했지만 반대한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는 등 큰 효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높일 방안 마련에 고심

▲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국민연금은 과도한 시장 지배력이 국내 주식 운용에 제약요인이 된다고 보고 지나친 시장 영향력은 줄이면서 운용의 실효성은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위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대규모 거래에 따른 시장 충격비용, 적정한 국내 주식 자산 비중, 시장 영향력을 고려한 국내주식 중장기 운용전략 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연금이 연구용역을 맡긴 데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이 필요해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일환으로 의결권 행사 사전 공개를 시작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기업 안건들이 그대로 통과되는 등 생각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에 힘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13일 미리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LG하우시스, 현대글로비스, 한미약품, 풍산, 현대위아, 서흥, 농심, 신세계, 아세아, LG상사, 현대건설 등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사내·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내용을 미리 알리면 다른 주주들과 기업에 영향을 미쳐 국내 주식시장에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대부분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안건들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의결권 행사를 통해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던 국민연금으로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었다.      

다만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언제 찬반의사를 공개할지에 대해 관계자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대표이사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박남규 사외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이 올랐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 등 경영진 일가의 일탈을 이유로 2월 대한항공을 한진칼과 함께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첫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주주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취지에 맞게 의결권 행사 사전 공개 등을 이어갈 것”이라며 대한항공에 대한 의결권 사전 공개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연구용역을 통해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은 꼭 3월 주주총회 의결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튜어드십코드 등 앞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참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