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지주회사 LG가 ‘구광모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지금까지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계열사를 관리하는 역할만 담당했지만 최근 현금자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짤 수도 있다.
 
LG가 '구광모체제'에서 자체사업 보유할 가능성에 시선 몰려

▲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LG 주가가 초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에서 LG 기업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LG 주가는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 동안 8.22% 올라 지주회사로서는 이례적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런 주가 강세 배경에는 LG가 자체사업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15일 LG전자와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구광모 회장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지주회사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는 순수 지주회사로 자체사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순현금이 쌓이는 현재의 재무상황을 봤을 때 배당금 증대 이상의 현금 활용전략이 요구된다”며 “자체사업을 추진하면 기업가치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업계의 전망과 달리 LG 관계자는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LG 관계자는 “우리는 순수 지주회사”라며 “증권업계 분석은 말 그대로 분석일 뿐 자체사업 관련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LG그룹 안팎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LG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꾸려 계열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은 충분히 나올 법하다.

2018년 기준으로 LG는 차입금이 없는 순현금 3834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도 계열사 배당금 수익과 상표권, 임대수익 등을 합쳐 8천억 원 규모의 현금유입이 가능한데 여기에 배당금과 관리비용 등을 빼더라도 2천억 원 수준의 자산이 쌓이게 된다.

이에 더해 LG는 최근 100% 자회사 서브원의 MRO(전략구매관리사업)부문 지분 60.1%을 매각해 6020억 원의 대금을 마련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매각대금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현금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면 LG가 보유하는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때문에 이를 활용해 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그룹 전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찾는 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LG 경영전략팀장 사장 자리에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영입한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SK그룹 지주회사 SK가 100% 자회사 SK바이오팜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LG가 홍 사장의 지휘 아래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홍 사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수합병과 기업 성장전략 수립 등의 경험을 쌓아온 인재로 알려졌다. 

같은 지주회사지만 자체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SK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점도 LG의 사업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 기업가치는 SK바이오팜이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기술수출을 성공하면서 크게 뛰고 있다.

정 연구원은 “순수 지주회사의 주가 할인율은 30~50% 사이에서 형성되는 반면 SK와 같은 사업 지주회사 주식은 할인율 20~40% 수준에서 거래된다”며 “LG 역시 앞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