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유 황함량규제에 대비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생산을 늘리기 위한 설비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정유4사 가운데 GS칼텍스는 저유황유 생산설비 건설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가 유독 저유황유 생산설비 확충에 무심한 이유

▲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18일 GS칼텍스에 따르면 저유황유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에 생산하던 저유황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규제를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면 글로벌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황유 수요 증가분을 하루 320만 배럴로 예상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공장 연료로 소비하던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판매로 돌리는 저유황유를 늘려 수요 증가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같은 GS그룹 계열사인 보령LNG터미널을 통해 2017년부터 LNG를 직도입하며 공장연료 교체를 일찍부터 준비해왔다.

GS칼텍스는 보령LNG터미널의 증설 탱크로부터 LNG를 추가로 공급받는 계약도 맺었다.

보령LNG터미널의 최대주주인 GS에너지와 SKE&S는 보령 LNG터미널의 LNG 저장탱크 증설을 위해 2021년 하반기 증설 완료를 목표로 각각 250억 원씩을 투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를 짓고 있는데 이 설비의 연료로도 LNG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인다.

GS칼텍스의 이런 전략을 두고 다소 소극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GS칼텍스를 제외한 정유3사는 모두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따로 지어 저유황유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찌꺼기 기름을 다시 정제해 저유황 경질유를 생산하는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를, 현대오일뱅크는 고유황 중질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하는 공정(SDA)을 이미 갖췄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고유황유에서 황 성분을 제거하는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으며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시장 분석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는 “저유황유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유황유만을 생산할 계획이 아직 없는 GS칼텍스는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하향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GS칼텍스가 적극적 증설로 저유황유 수요 확대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미 고도화 처리용량(휘발유, 항공유, 디젤 경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의 생산량) 측면에서 충분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율(고부가 석유제품의 생산비율)이 높지만 단순 정제량이 적고 SK에너지는 단순 정제량이 많지만 고도화율이 낮아 모두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GS칼텍스는 2018년 말 기준으로 단순 정제량이 하루 80만 배럴인데 이는 SK에너지의 84만 배럴보다 적다. 고도화율로 따지면 34.3%로 현대오일뱅크의 40.6%보다 낮다.

그러나 SK에너지의 고도화율은 23.7%, 현대오일뱅크의 일일 단순 정제량은 43만 배럴이다.

고도화 처리용량으로 따지면 GS칼텍스가 하루 27만4천 배럴로 SK에너지의 19만9천 배럴과 현대오일뱅크의 17만5천 배럴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에쓰오일까지 포함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물론 GS칼텍스를 제외한 정유3사가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완공하면 SK에너지의 저유황유 생산량은 GS칼텍스를 뛰어넘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으로 사업 다각화 과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올레핀 복합분해설비를 통해 석유화학사업의 폭을 파라자일렌 중심의 방향족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족으로 넓히기 위해 2021년까지 2조6천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 설비를 통해 연 영업이익 4천억~5천억 원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나머지 정유 3사가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통해 기대하는 영업이익보다 크다.

SK에너지는 탈황설비를 통해 연 영업이익 2천억~3천억 원을, 현대오일뱅크는 SDA공정을 통해 연 영업이익 26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복합설비는 잔사유 고도화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가 모두 100%의 가동률을 보여아 연 4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