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9년 주주총회에 올라온 재벌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현대자동차그룹을 높게 평가한 반면 삼성그룹에는 아쉬움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14일 독일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그룹은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려해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했다”며 “과거보다 분명히 진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17일 공정위가 전했다. 
 
김상조 “현대차 사외이사 안건은 진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아쉬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독일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현대차그룹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자를 각각 다르게 추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배당을 놓곧 서로 맞붙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에서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양쪽의 표 대결도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이번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이사회가 갖춘 개방성, 독립성, 전문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한국 자본시장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배당 안건과 관련해서는 모든 의결권 자문행사기관이 현대차에 찬성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너무 무리한 카드를 내놨다고 시장에서 평가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추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사외이사 안건을 놓고 “확정 판결을 앞두고 기존의 태도를 바꾸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김동중 경영자원혁신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렸다.

김 센터장은 2018년 말 금융위원회 아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을 때 해임 권고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인 정석우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와 권순조 인하대하 생명공학과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다시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했다.

정 교수와 권 교수는 분식회계를 반영한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방식을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바꿨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주주총회 전반을 놓고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점이 이번 주총기간에서 확연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신세계, 포스코 등 21곳이 전자투표제를 새로 도입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현재 대기업집단의 상장계열사 248곳 가운데 33% 정도가 전자투표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상장계열사 248곳 가운데 59.3%가 3월 셋째주와 넷째주 금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 주총을 여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주총이 특정 날짜에 몰려 주주권한 행사를 방해한다는 지적을 기업들이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네이버, 2018년 삼성전자에 이어 2019년 SK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점도 좋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주총의 변화 계기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을 들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과잉대응’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서로 장기간 대화해 문제의 원인과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이라며 “기업의 오해를 합리적으로 푼다면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기준 10대 대기업집단 미만인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바라봤다. 자산 2조~5조 원 사이의 중견그룹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조사해 제재한다면 그 결과를 기관투자자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내부와 외부의 힘을 빼고 (기업이 지배구조를) 자발적으로 개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책적 노력을 통해 상위 그룹의 긍정적 변화가 하위 그룹에도 빨리 확산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