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말레이시아에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동남아시아와 할랄식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첫 해외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에 세울 수도 있다. 
 
삼양식품, 할랄식품사업 본격화 위해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 검토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14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을 놓고 해외 생산시설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해외에 생산시설을 짓는다면 말레이시아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삼양식품은 2019년 1월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인 FGV와 생산공장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1월 업무협약은 생산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체결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를 해외 생산기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와 할랄식품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기 좋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섭취해도 되는 식품을 가리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평균소득이 높은 국가로 꼽히는 데다 무슬림의 인구 비중이 높아 동남아시아와 할랄식품시장으로 나아가기 전 거쳐야 할 시험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2018년 10월 ‘삼양80g’ 제품을 동남아시아에 내놓기 앞서 말레이시아에 출시했다. 삼양80g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이다.

삼양식품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식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말레이시아 생산기지를 세우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  

삼양식품은 2018년 9월 말까지 누적으로 동남아시아로 500억 원가량을 수출했다. 전체 수출 비중 가운데 동남아시아 수출 규모는 34%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에 수출을 시작한 점에 비춰보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6년 하반기부터 말레이시아 불닭볶음면 등을 수출했는데  2018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수출 규모는 170억 원으로 3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삼양식품은 이미 할랄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마치고 현재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등에 할랄식품을 소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세우면 주변 중동국가들에 할랄식품을 수출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삼양식품은 2014년 한국이슬람중앙회에서 국내 라면회사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인니 이슬람 울라마 협의회(MUI)와 2018년 아랍에미리트의 표준측량청(ESMA)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글로벌 할랄식품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이 2조5370억 달러(우리 돈 약 280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6350억 달러 수준에서 10년 만에 4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삼양식품이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얻으면 질 좋은 현지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는 점도 삼양식품에 긍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과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할랄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과 말레이시아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3일에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한국과 말레이시아 자유무역협정(FTA)를 논의하는 등 말레이시아와 교류를 확대할 의지를 보였다. 

김현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무역관은 `말레이시아 투자 프로젝트 현황`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경제적, 정치적 안전성이 높다”며 “특히 말레이시아 노동자는 생산성부문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아시아 3위에 올랐을 정도로 노동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