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눈앞에 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놓고 독과점 발생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멍석' 어떻게 깔아줄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13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는 단계인 통합법인을 출범하려면 공정위와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부터 모두 마쳐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통합법인을 출범해 아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들을 두기로 했다.

통합법인 위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매출을 내고 있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국가는 30여 곳에 이른다.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못 받으면 통합법인의 출범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를 고려해 김 위원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최대한 빠르게 심사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외국 경쟁당국의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독과점으로 시장 경쟁을 훼손할 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전문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기준 글로벌 조선시장의 수주잔고 가운데 21.2%를 차지한다. 업계 선두이지만 독과점 기준인 50%를 넘진 않는다.

그러나 선박 종류별로 두 회사의 수주잔고 점유율을 살펴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탱커)은 60.2%,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59.5%에 이르러 독과점 문제가 일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조선산업은 선주들이 조선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특정 선박의 공급처가 인수합병으로 줄어든다 해도 시장 경쟁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중공업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분야에서는 한국 외의 경쟁국가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합병 이후 독과점에 따른 문제가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다루는 선박 종류도 벌크선, 컨테이너선, 카페리선, 군함 등으로 다양하다. 이 분야들에서는 두 회사의 수주잔고 합계가 점유율 50%를 넘지 않는다.

공정위가 2018년만 다루지 않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5~10년 동안 수주한 물량의 평균 점유율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수주물량이 2018년에 급증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1년만 기업결합 심사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시장 구획에 따라 금지대상 여부가 달라지고 기업결합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받는지도 중요하다”며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조선산업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품군이 다양하다”며 “공급자는 한국에 있지만 수요자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에 퍼져있어 시장 확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합병'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조선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조선사는 자국 수주량 1·2위사로 매출 합계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월 “중국의 해운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싫어하겠지만 (자국 조선산업의 사정으로 볼 때) 막을 수는 없다고 다수의 해운규제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성인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의 합병 추진을 부인했지만 내부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며 “향후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을 무조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