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대림산업 윤태섭, 브루나이 다리에서 대통령 맞다

▲ 윤태섭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부사장이 11일 브루나이 템부롱 대교 건설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대림산업의 브루나이 템부롱 대교 건설현장을 방문해 윤태섭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부사장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윤 부사장은 대림산업을 대표해 브루나이 템부롱 대교 건설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을 맞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윤 부사장이 문 대통령을 맞은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이 해외사업장을 찾으면 보통 각 기업의 대표이사가 안내를 맡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대표가 해외사업장에서 대통령을 맞는 것은 의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 방문은 상징성을 지니는 만큼 각 기업이 그 나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발주가 많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라면 우리 정부는 물론 진출해 있는 각국 정부와 관계가 더욱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대림산업은 현재 박상신 건설사업부 대표이사와 김상우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2명의 대표이사가 있다.

그 위로는 2018년 대림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대림그룹을 대표하는 이해욱 회장도 있다. 템부롱 대교 사업은 이 회장이 2016년 대림산업을 이끌 당시 브루나이에서 열린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힘을 실은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문 대통령을 안내하는 역할을 윤 부사장에게 맡겼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윤 부사장은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교량 전문가”라며 “브루나이 교량사업을 그동안 진두지휘해 브루나이 정부와 관계가 깊고 현장도 가장 잘 알고 있어 대통령을 안내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1960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대림산업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토목분야 전문가다.

특히 중부고속도로 미호천교를 시작으로 서해대교와 광양대교 등을 거쳐 한국을 세계 6번째 현수교 기술 자립국으로 만든 이순신대교까지 대림산업이 시공한 주요 다리 현장을 모두 누벼 특수교량 전문가로 평가된다.

템부롱 대교는 브루나이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브루나이 최대 규모 다리로 바다 위에 지어지는 14.5km를 포함해 모두 30km로 이뤄진다.

대림산업이 템부롱 대교사업을 따낸 배경에는 2017년 준공한 리파스 대교가 있는데 윤 부사장은 리파스 대교 때부터 브루나이 사업을 이끌어 브루나이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리파스 대교사업을 따낼 때 브루나이가 아세안의 대표적 이슬람왕국인 점에 착안해 주탑을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돔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1층에 이슬람 기도실을 만드는 등 현지화에 최적화한 설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림산업은 주탑 높이도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생일인 7월15일의 영어식 표기인 ‘15.7’에서 따와 157m로 짓는 등 많은 신경을 썼다. 이에 따라 리파스 대교는 다리지만 고층빌딩이 없는 브루나이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에서 “국내 기업이 브루나이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인 리파스 대교와 동서국토를 잇는 템부롱 대교의 건설 등 국왕의 위업을 상징하는 대규모 역사에 참여해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두 대교를 직접 들었다.

윤 부사장이 특수교량 전문가로 인구 40만 명의 작은 나라인 브루나이에서 중요 사업을 연달아 따내며 브루나이 정부와 신뢰를 돈독히 다져온 점이 대림산업을 대표해 대통령을 맞이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오늘Who] 대림산업 윤태섭, 브루나이 다리에서 대통령 맞다

▲ 대림건설이 시공한 브루나이 '리파스 대교'.


각 사업본부의 자율적 책임감을 존중하는 대림산업의 기업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신 대표는 현재 대림산업의 건설사업 전체를 이끌고 있지만 주택사업 전문가인 만큼 플랜트, 토목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각 본부장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우 대표는 대림그룹 유일의 부회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지만 석유화학부문을 이끌고 있는 만큼 토목사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더군다나 박상신 대표는 대림산업의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 출신으로 2017년 8월 대림산업에 영입됐다. 김상우 대표 역시 SK텔레콤 상무 등을 거친 영입인사로 2012년 대림그룹에 합류해 2017년 5월부터 대림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윤 부사장이 대림산업에서 4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왔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현재 대표이사들보다 더 강한 상징성을 지닐 수 있는 셈이다.

윤 부사장은 문 대통령에게 템부롱 대교 건설현장을 보여주며 “중국과 일본 업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해상 특수교량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