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회복에 긍정적 조짐이 보인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석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드릴십(이동식 원유 시추선) 가동률이 오르고 있다.
 
석유개발 투자 늘어 드릴십 가동률 올라, 조선3사 해양수주 볕드나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2일 시추설비 정보 제공업체 리그존(Rigzone)에 따르면 해저 8천 피트(2500미터가량) 이상에서 시추가 가능한 드릴십의 가동률은 올해 2월 62%까지 상승했다.

드릴십 가동률은 2013년 만해도 100%였으나 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평균 53.7%까지 떨어졌다. 60%를 회복한 것은 2016년 11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이런 가동률 상승은 조선3사가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드릴십을 좋은 가격에 처분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건조를 마쳤지만 계약 취소로 인도하지 못한 드릴십 3척을 떠안고 있다. 퍼시픽드릴링(PDC)으로부터 수주한 한 척과 씨드릴(Seadrill)로부터 수주한 두 척이다. 당시 계약가는 척당 5억2천만 달러였으며 현재 매수자를 물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앙골라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을 올해 1월 말과 3월 말에 나눠 인도하기로 합의했으나 또 다시 지연되고 있다.

드릴십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해양설비시장 활성화에도 기대를 걸 수 있다.

시추지역이 많아질수록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FPU(부유식 해양 생산설비) 등 해양 생산설비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역별로 브라질과 멕시코만의 드릴십 가동률이 각각 90%, 80%를 넘어섰고 서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가동률도 오르고 있다”며 “가동률 상승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해양 생산설비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드릴십 가동률이 오르는 것은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석유 개발(E&P)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덕분이다.

블룸버그는 16개 글로벌 석유회사의 자본적 지출(CAPEX, 미래 이윤창출을 위한 투자비용)이 2017년을 바닥을 치고 회복해 올해 2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석유회사들은 해양유전에 신규투자를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유가 하락으로 2015년부터 투자를 너무 아낀 탓에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해양유전 생산량은 2017년 하루 평균 2600만 배럴에서 2025년 1800만 배럴로 31%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투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중공업은 3월 해양 생산설비 시황을 전망하면서 “올해 이후로는 해양 생산설비의 발주건수가 늘어 경쟁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반면 해양설비를 둘러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국내 조선3사의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현금흐름이 좋아지면서 투자 여력이 증가했다”면서도 “싱가포르, 중국 조선소들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해양설비의 신규 수주 가능성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올해 중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해양설비는 3~4월 인도 릴라이언스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마르잔(Marjan) 프로젝트,  3분기 호주 바로사(Barossa)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나이지아리아 봉가(Bonga)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