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대우조선해양 본계약 끝낸 이동걸, 본게임은 이제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어떤 회장으로 기억될까.

대우조선해양이 무려 20년 만에 산업은행 품을 떠난다. 이동걸 회장은 이 모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신의 한 수’로 남을지 정반대로 기억될지는 앞으로에 달려있다. 

8일 오후 3시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을 맺었다.

이 회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워낙 강해 조용히 본계약을 맺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개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계약식을 진행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계약식이 열린 대회의실로 들어서는 이 회장의 표정에 여유가 가득했다.

이 회장은 “나와 권오갑 부회장 모두 조선산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일본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절박함 끝에 첫 발을 뗐지만 앞으로 남은 길은 더욱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이번 매각작업에서 총대를 멘 만큼 앞으로 성과를 하루빨리 보여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본계약 이후 실사가 무사히 이뤄지려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미 서울사무소와 거제 본사를 거점으로 '매각 실사 저지단'을 구성했다.

특히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당장 중국과 일본에서 쉽게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한국 조선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매각이 완전히 마무리되려면 최소 9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된다해도 이 회장이 한숨을 돌리기엔 이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효과가 나타나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이 회장이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있을 수 있는 구조조정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론 지역사회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눈에 불을 켜고 이 회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매각에 자리를 걸었다. 그는 최근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1일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공교롭게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고 어느 정도 성적표가 나오는 시기는 이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기와 겹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은행 앞은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산업은행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노조가 과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계약식이 끝난 직후 대우조선해양 노조원이 산업은행에 들어와 소리를 지르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이 서명한 계약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