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올해 상반기 후판값을 인상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후판은 선박을 만들 때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조선업계, 철강업계에 "조선업 정상화 때까지 후판 인상 자제해야"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시황이 아직 회복기에 있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의 지속적 인상은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라며 "조선소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상 자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선조선 등이 회원사로 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가격은 2년 반 동안 계속 올랐다.

2016년 하반기부터 5개 반기 동안 톤(t)당 30만 원가량이 비싸졌으니 반기당 6만 원 꼴로 상승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철강업계는 조선시황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조선3사는 510만 톤 내외의 후판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톤당 5만 원이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550억 원에 이르는 원가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협회는 조선시황의 회복이 아직 본격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철강 공급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선박 발주량이 2016년 13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가 2017년 2800만CGT, 지난해 3180만CGT로 점차 늘고 있지만 최근 6년 동안 평균 발주량인 3752만CGT에는 여전히 밑돈다는 것이다.

협회는 "조선업계 고용인력은 2014년 20만 명에 이르렀지만 구조조정을 진행하느라 지난해 말 10만 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선박 건조량도 전년보다 27%,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20%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중국 후판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 조선소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국내 조선업계의 원가 경쟁력은 약화했다고 하소연도 했다.

협회는 "국내 철강사 역시 대외 통상문제와 주요 국내 수요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적자 품목이었던 후판 제품은 연속된 가격 인상으로 일정 수준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선업계가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만큼 두 업계의 상생과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