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열정에도 셀트리온 첫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흥행 참패

▲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영화 투자배급 사업에 첫 발을 뗐지만 출발이 좋지 않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투자, 제작, 배급을 모두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자전차왕 엄복동의 누적 관객은 16만 명에 그쳤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2월27일에 개봉했는데 일주일 누적 관객이 ‘극한직업’ 개봉 첫날 모은 관객(34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배우 이범수씨가 제작을 맡았고 김유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범수씨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영화·연예매니지먼트부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영화 제작자로 나서는 첫 출사표로 자전차왕 엄복동을 내걸었다.   

제작비는 모두 150억 원이 들었는데 외부투자자로부터 전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셀트리온홀딩스(지주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화장품 계열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배급사들이 투자자를 모아 영화 제작비를 마련한다. 

서정진 회장은 2월26일 무대인사에 참석해 “돈을 벌고자 했다면 당연히 외부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없이 영화에 150억 원을 썼다”며 “물론 잘되면 좋겠지만 이 영화가 잘되지 않아도 손해는 우리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벌자는 게 아니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두 가지 이유로 투자를 했는데 첫째는 감독, 배우의 열정이었고 두 번째는 자전거 경주로 앞 세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이 직접 무대인사까지 하면서 영화 투자배급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으나 흥행은 부진하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드림E&M을 통해 드라마 제작사업을 했다. 그러다가 2017년 영화 투자배급사업으로 확장하면서 회사이름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셀트리온홀딩스가 100% 지분을 들고 있다.  

서 회장은 앞으로 콘텐츠사업을 통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드림E&M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간접 광고를 해왔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화장품 계열사로 드림E&M의 드라마에 간접 광고 형태로 마케팅을 해온 것이다.

이런 서 회장의 열정과는 다르게 자전차왕 엄복동을 향한 관객의 반응은 냉랭하다. 

‘네이버 영화’에 올라있는 자전차왕 엄복동의 네티즌 평가는 4.19(10점 만점)에 그쳤고 기자·평론가 평가도 4.17 수준으로 낮다. 

영화 내용이 개연성이 적고 ‘국뽕’(애국심 고취) ‘신파’라는 평가가 많다. 박평식 영화평론가는 별점 3점을 주면서 “대한독립 만세, 신파 만만세”로 평가했다. 이화정 평론가는 “개연성의 바퀴를 빼먹고 그래도 달린다”가 혹평을 남겼다.  

영화가 내용적 측면에서 평가를 낮게 받고 있는 것은 영화 제작과정에서 빚어진 잡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출을 맡은 김유성 감독은 2017년 6월 영화에서 하차했다가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김유성 감독은 당시 하차한 것과 관련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출권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아왔다”며 “촬영장에 감독이 두 명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내가 현장을 콘트롤했다. 하지만 10회 차 촬영이 끝난 뒤부터 그동안 촬영한 내용을 (이범수가) 문제 삼기 시작했다.(주연이자 제작자인) 이범수가 불만을 보였고 그러다 촬영이 며칠간 잠시 멈췄다”며 “(공백기간 뒤에) 이범수가 ‘영화 투자자(셀트리온)로부터 총감독의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배우들과 스태프에 공지했다”고 말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감독의 하차와 관련해 순제작비 120억 원의 영화를 끌어가기에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