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 전담조직의 인력을 큰 폭으로 재편하고 사업전략에도 변화를 주며 전기차 완제품을 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테슬라에서 영입돼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핵심 인물로 떠오른 한국계 디자이너 앤드류 김이 애플 전기차의 디자인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한국계 디자이너 앤드류 김, 애플 전기차 디자인의 핵심

▲ MS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때의 앤드류 김.


6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이 자체 기술을 활용해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공개한 문서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190명의 임직원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 재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하드웨어 개발자, 디자이너와 공학자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애플은 그동안 자율주행차 개발팀의 인력 구성과 관련해 밝힌 적이 없는데 이번 문서를 통해 애플이 자동차 하드웨어와 디자인 개발에도 힘쓰고 있었다는 점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더버지 등 IT매체는 애플이 지난해 말 테슬라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담당하던 앤드류 김을 영입한 점도 전기차 완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보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앤드류 김은 테슬라 디자이너로 일하던 2017년에 디자인매체 자이언트로봇과 인터뷰에서 테슬라 '모델3' 등 주력차종의 내부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애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으며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의 디자인 개발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더버지는 "앤드류 김의 영입은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책임자가 바뀐 뒤 몇 달 만에 결정됐다"며 "애플이 완성차 출시를 준비중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근거"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6년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조직에서 완성차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성과가 부진하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에서 테슬라로 이동해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맡았던 더그 필드가 지난해 애플로 복귀한 뒤 애플의 완성차 출시계획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앤드류 김의 합류로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테슬라 출신 임원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떠오른 것이다.

자동차사업에 경험이 없는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상용화해 출시한 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S 등 주력 차종이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아 좋은 판매 성과를 보였던 만큼 애플에서도 앤드류 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한국계 디자이너 앤드류 김, 애플 전기차 디자인의 핵심

▲ 테슬라의 주력차종 '모델3'.


앤드류 김은 과거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직장을 고르는 것은 결혼하는 일과 같기 때문에 항상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과 흥미로운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애플에 합류한 것도 자율주행차 관련된 사업에서 뚜렷한 비전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같이 자율주행 전기차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한 뒤 자동차 제조사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차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애플이 출시했던 PC와 아이폰, 웨어러블기기 등 다양한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애플의 자동차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앤드류 김은 2013년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MS에서 윈도 운영체제와 증강현실 안경 '홀로렌즈', 게임 콘솔기기 '엑스박스원S' 디자인을 담당했고 2014년 경제지 포브스의 '30세 미만의 게임 분야 주요 인물 30인'에 선정된 적도 있다.

앤드류 김은 서울 출생으로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온 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고 있다. 과거 한국 전자업체 민트패스와 디자인회사 사이픽스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