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경쟁사들이 유럽에서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압도적 생산능력을 확보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유럽 전기차배터리 2공장 세워 현지 지배력 굳힌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4일 LG화학 관계자는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금액, 새 공장의 생산능력, 위치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폴란드에 연 6기가와트시(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 10만 대 분량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LG화학은 2018년 11월 6513억 원을 투자해 폴란드 생산기지를 15기가와트시 규모로 증설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이 유럽에 또 다른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검토하는 것은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화학 관계자는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중국 못지않은 거대시장이며 성장세도 가파르다”며 “LG화학은 유럽시장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킬로미터당 130그램 수준이었는데 이를 2021년까지 킬로미터당 95그램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6%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친환경차시장의 확대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전기차시장 조사기관 이브이세일즈(EVSales)에 따르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40만3403대에서 2025년 283만3831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이런 유럽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해 큰 규모의 투자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생산기지의 생산능력만으로는 지금까지 확보한 수주에 대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18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1위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회사다. 전기차 배터리의 누적 수주금액이 80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생산 규모로 환산하면 600기가와트시 이상이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이 보조금 문제로 중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LG화학의 지난해 누적 수주금액 가운데 대부분이 유럽시장 수요로 추정된다.

LG화학은 2018년 기준으로 폴란드를 비롯해 미국 홀란드, 중국 난징, 한국 오창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규모의 합계는 모두 35기가와트시 수준이다. 수주잔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5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연 150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LG화학은 폴크스바겐의 2021년까지 물량을 대거 수주한 최대 고객사다.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규모를 갖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LG화학, 유럽 전기차배터리 2공장 세워 현지 지배력 굳힌다

▲ LG화학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공장. < LG화학 >


LG화학이 유럽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생산규모를 확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이 최근 유럽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어 LG화학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2월27일 삼성SDI는 5600억 원을 투자해 헝가리 괴드 지역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SK이노베이션도 9452억 원을 들여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두 회사는 LG화학과 비교하면 상대적 후발주자인 만큼 고성장시장인 유럽에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회사들도 중국시장 안주에서 벗어나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CATL은 2022년까지 독일에 14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공장을 2026년 100기가와트시 규모까지 증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CATL이 폴크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것을 염두에 둔 증설계획으로 보인다.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 배터리회사 패러시스도 2018년 10월 독일의 다임러를 고객사로 맞아 7년 동안 140기가와트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하면서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