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새 도전에 망설임 없던 경영인

▲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2010년 10월 열린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박 명예회장은 1932년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1년 해군에 자원입대한 6.25전쟁 참전용사로 제대 뒤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인 뒤 한양식품 대표, 동양맥주 대표,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명예회장은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지 않은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1964년 동양맥주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참모조직 ‘조사과’를 신설해 회사 차원의 전략 수립, 예산 편성, 조사 업무 등을 맡김으로써 현대적 경영체계를 세웠다.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뒤 국내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야구를 좋아해 한국 프로야구 출범 때 가장 먼저 OB베어스를 창단했고 어린이 회원 모집도 처음으로 시작했다. 2군제를 도입한 것도 두산베어스가 처음이다.

1995년에는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당시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33곳에 이르던 계열사를 20곳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의 매각을 추진했다.

박 명예회장의 이런 결단은 2000년대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의 밥캣 등을 인수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1996년 두산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2008년에는 중앙대학교 이사를 맡았다.

박 명예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장남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장녀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 등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과 영결식은 7일로 정해졌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