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면서 ‘초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초저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시장으로, 이마트가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연초부터 초저가 전략을 들고 나오자 업체들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용진이 불붙인 이마트 초저가 경쟁,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참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롯데마트는 3일 전체 상품 매출에서 자체브랜드 상품의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전체 상품 매출에서 자체브랜드 상품의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13%다. 

이마트,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마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대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 상품 경쟁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마트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도로 2015년 ‘노브랜드’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뒤로 유통업계는 자체브랜드 상품의 전성시대가 됐다. 

이마트가 1997년 이플러스 우유를 출시해 자체브랜드 상품시장을 열었지만 노브랜드 이전까지만 해도 자체브랜드 상품은 ‘싼 맛에 사는 질 나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노브랜드 상품이 이마트에 가면 꼭 사야 할 제품으로 꼽히고 가맹사업을 벌일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 상품인 ‘온리프라이스’를 출시해 맞불을 놨고 홈플러스는 과거 ‘테스코’제품의 인기를 재현하기 위해 유럽 최대 규모의 유럽유통연합에 가입했다. 

현재 이마트의 전체 매출에서 자체브랜드 상품의 비중은 2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앞으로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가지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기조에 발맞춰 자체브랜드 상품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과거 최대주주로 영국 테스코를 두고 있던 당시 테스코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돼 이런 제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럽유통연합에 가입하면서 유럽 유통사의 자체브랜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은 수익성도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은 ‘자체브렌드 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서 “대형마트의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매대의 상품이 제조업자 브랜드 제품으로만 채워지면 유통회사들이 가격을 깎는 데에만 몰두해 장기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며 “반면 자체브랜드는 소비자의 직접적 가격과 품질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안정적 유통마진을 책정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점포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낳는다”고 분석했다. 
 
정용진이 불붙인 이마트 초저가 경쟁,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참전

▲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자체브랜드 상품 유통시장’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 따르면 자체브랜드 제품은 일반 제조업자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은 20~30%가량 저렴하면서도 마진율은 3~5%포인트가량 높다.

유럽에서는 이미 자체브랜드 상품을 앞세운 '알디'와 '리들'이 전통적 대형마트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 알디와 리들은 각각 영국과 독일의 대형마트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의 자체브랜드 상품 비중은 80%가 넘는다. 알디와 리들이 사세를 확장하면서 유럽시장의 자체브랜드 매출 비중은 20%가 훨씬 넘는데 이는 한국이나 아시아, 미주지역보다 훨씬 높다. 

이 연구원은 “국내 자체브랜드 상품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며 “국내 유통시장이 유럽의 상황을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