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한화투자증권을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간금융지주 설립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까?

28일 한화생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생명이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한화투자증권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되면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사이 지배구조가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금융계열사 재편해 중간금융지주회사 길을 닦다

▲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한화생명의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는 유상증자가 결정돼 한화생명,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갖춰지게 됐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증자를 결정했다”며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단순한 자본 확대 이상의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히 한화투자증권의 자본금 확대라는 의미를 넘어 중간금융지주 설립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20조 원 이상이면 중간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하는 제도다.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비금융 계열사인 한화첨단소재에서 금융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고려한 준비작업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중간금융지주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비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금융 계열사로 넘기는 과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추가 지분 정리와 관련해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자산운용이 개발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채널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며 “추가 지분 매입 등 지분구조 변경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이미 2016년에 한화그룹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손해보험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면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한화투자증권도 한화손해보험처럼 한화첨단소재(15.21%), 한화호텔앤드리조트(10.63%),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4.68%), 한화갤러리아(1.71%) 등 비금융 계열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최대주주(19.63%)가 되는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중간금융지주를 설립한다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화생명은 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를 통해 지배구조에서 가장 상단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100%)과 한화손해사정(100%), 한화금융에셋(100%), 한화라이프에셋(100%), 한화63시티(100%), 한화손해보험(54%) 등 금융 계열사를 이미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중간금융지주 설립만 허용된다면 복잡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결국 중간금융지주를 염두에 두고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한화그룹 3형제 사이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 계열분리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한화그룹 3세인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방산계열사를 포함한 태양광과 화학부문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담당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