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전보다 완화된 심사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공정위는 3월14일까지 LG유플러스로부터 CJ헬로 인수와 관련된 인허가 서류를 받아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기간은 30일에서 최대 120일이다.
 
공정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완화된 잣대 들이댈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기업결합 심사는 두 회사가 합쳐졌을 때 시장을 독점하거나 경쟁을 제한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칠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는 절차를 말한다. 시장의 범위 역시 공정위에서 결정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절차에서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인가 자체도 받을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복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합병을 불허한 결정을 ‘아쉬운 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금 다시 요청된다면 전향적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사업자(OTT)와 경쟁에 대비해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조도 정부 부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26일 혁신기반 산업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손보기로 결정한 점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가 유료방송을 혁신기반 산업으로 바라보거나 혁신기술과 연관됐다고 판단한다면 기업결합 심사를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 2016년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근거 법률인 공정거래법은 그때와 비교해 지금 바뀐 부분이 없다.

공정위는 2016년 당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가 합쳐지면 유료방송과 이동통신 시장의 독과점 폐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두 회사의 합병법인이 전국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않지만 CJ헬로의 영업 권역별로 모두 21곳에서 점유율 46.9~76%를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 2016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해도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현재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양쪽의 점유율을 합치면 상당수의 영업 권역에서 점유율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2016년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규제의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LG유플러스조차도 2016년에 독과점 문제로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 합병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쳐 50%를 넘어서는 영업 권역의 사업 매각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공정위가 2017년 11월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를 2년 동안 방송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리지 못하는 조건을 걸어 승인한 전례도 있다.

당시 CJ헬로는 하나방송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경상남도 창원·통영·거제시·고성군에서 점유율 53.63%에 이르렀지만 조건부 승인을 받아 인수를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