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황창규, 국회 설득해 KT 현안 합산규제 재도입 막을까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헤스페리아 호텔에서 열린 MWC19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KT >

“규제는 진보돼야 한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MWC 2019'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KT 아현국사 화재와 관련한 논란도 해결 국면에 들어간 데다 유료방송시장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황 회장은 국회를 설득해 재도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황 회장이 MWC 2019에서 내놓은 발언들에서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의 위기감이 엿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황 회장은 “통신규제는 2G부터 LTE까지 분명히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점유율의 3분의 1(33.33%)을 넘기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다. 2015년 6월 ‘3년 시한’으로 도입됐고 예정대로 지난해 6월 일몰됐는데 최근 재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KT가 현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사업을 포함해 시장 점유율이 30.86%에 이르는 1위 사업자인 만큼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되면 가입자 확대 불가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근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합병하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을 인수하는 등 경쟁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미디어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KT는 판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황 회장이 이례적으로 합산규제에 반대하는 뜻을 밝힌 만큼 재도입을 막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은 MWC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세계에 없는 한국만이 유일하게 고수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정부와 여러 기관들에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해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황 회장은 해외 사례들을 들며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시대의 흐름에 거스른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료방송 사업자에 시장점유율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한때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30%로 규제한 적이 있다. 이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 방송회사인 컴캐스트는 2009년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30% 합산규제를 폐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황 회장은 최근 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통신장애 피해보상 문제로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어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이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중재로 상생보상협의체가 만들어졌고 최근 KT는 이 회의체에서 소상공인들이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내놓으면서 분란을 해결했다. 

다만 황 회장의 노력에도 국회가 강경한 뜻을 보인다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2015년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도입됐을 당시에도 KT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수석 경제학자 등을 초빙해 ‘정책 토론회’도 열고 규제안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 규제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최근 국회의 유료방송 재도입 논의가 기한 없이 미뤄진 점도 황 회장에 악재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원래 25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 소의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률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회의가 취소됐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일주일 차로 1조 원대 인수합병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는 등 유료방송 인수합병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임에도 KT는 합산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황 회장은 MWC에서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는 하고 있다”며 인수합병에 관심을 내비췄지만 합산규제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딜라이브나 현대HCN의 추가 인수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그동안 합산규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황 회장 처지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이 KT 대표이사를 맡은 지 일 년가량이 지났을 때 쯤 국회는 방송시장의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합산규제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황 회장은 미디어사업을 KT의 핵심사업으로 꼽고 있었다. 

2015년 2월 규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던 직후 KT는 성명서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하고 국내 방송산업을 나눠먹기식으로 전락시킨 합산규제가 최종 법제화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위헌소송 등 적절한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일몰’이라는 조건이 달렸다는 데서 ‘소송 불사’의 뜻을 접고 3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황 회장은 2015년 3월 합산규제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임직원에게 전체 이메일을 보내며 “합산규제법이 통과되면서 우리의 미디어사업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합산규제법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직원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