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가뭄에 올해는 단비가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가 급락으로 미뤄졌던 해양플랜트 투자가 올해부터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3사, 글로벌 해양플랜트 발주 기지개에 수주 기대 높아져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6일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올해 석유와 가스부문 투자가 반등하면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3기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가 발주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등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하고 추출하는 설비다. 유가가 오를수록 수지가 좋아져 발주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급락해 배럴당 40달러 대까지 떨어졌는데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6달러, 브렌트유는 65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

아직 유가가 충분히 오르지 못했다는 말도 있지만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마틴센 유전 서비스리처치부문 부대표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FPSO 유럽 국제회의에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시장은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자신했다.

원유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생산 감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유가 60~70달러는 예전 100달러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해양플랜트를 짓는 기간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과거에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를 짓는 데 평균 3년 정도가 걸렸지만 2016년부터는 2년2개월 수준으로 짧아졌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로서는 손익분기점이 낮아져 부담이 덜해지게 된다.

실제로 조선3사는 그동안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속을 썩어왔지만 올해는 기대할 만한 프로젝트가 여럿 발주를 앞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자바자바 프로젝트 등 나이지리아에서만 해양설비 2건을 노리고 있다. 현지에 합자 조선소를 보유해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도 바로사 해양설비 수주전이 본격화했다. 6월까지 입찰이 진행되며 현재 삼성중공업-테크닙FMC(TechnipFMC) 컨소시움과 일본 미쓰이해양개발(MODEC)이 경쟁 중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발주하는 '마르잔(Marjan) GOSP-4' 해양플랜트를 두고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아람코와 현지에 엔진 합작법인을 세우고 합작 조선소 설립도 추진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확보하고 있어 이번 수주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아람코와 여러 협력사업을 진행해온 만큼 만큼 중동에서 발주되는 해양플랜트 등을 따내는 데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에서 올해로 발표가 미뤄진 로즈뱅크 해양설비 수주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캐나다 키스파 LNG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해양플랜트와 관련해서는 긍정적 뉴스와 부정적 뉴스가 혼재한다”면서도 “이 프로젝트 중단은 해양시장 전반에 관한 비관론보다는 프로젝트 특수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다른 여러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인 만큼 해양시장은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