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희망퇴직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과정에서 ‘비대면 금융 시대’가 확인되면서 시중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명분도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은행 파업에서 확인된 '비대면 시대', 인력 구조조정 더 빨라져

▲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5곳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2천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5곳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2천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주요 시중은행 5곳이 채용한 신입직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을 들이더라도 책임자들이 행원급보다 더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 깨뜨리기 위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5월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장기 근속자의 명예퇴직이 더 많은 청년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사이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말한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영업에 필요한 은행원 수가 줄어든 점도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할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파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고객 피해사례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은행원 없이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현실이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파업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데는 KB국민은행이 연체 이자를 비롯해 여러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파업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힘쓴 영향도 있지만 은행 지점을 통한 거래보다 비대면 거래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은행 창구를 통한 입출금 거래는 전체 입출금 거래의 8.4%에 불과하다. 

인터넷뱅킹 거래가 52.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현금입출금기(CD/ATM) 비중이 30.6%, 텔레뱅킹 8.3% 등이다. 사실상 지점에 앉아있는 은행원이 없이 이뤄지는 은행 거래가 90%를 웃돌았다.

또 ‘토스’,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을 통한 계좌이체 금액도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67.6% 급증했다.

시중은행장들이 각기 ‘디지털 전환 원년’ 등을 선언하고 모바일 플랫폼 정비 및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 비대면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원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거둔 만큼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을 들이더라도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유인도 크다. 나중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구조조정을 실시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원들도 시중은행이 희망퇴직자들에게 주는 퇴직금 규모를 늘리고 학자금 지원 및 재취업 지원 등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희망퇴직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품고 있지 않다.

과거에는 성과를 내지 못해 회사를 떠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퇴직 신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