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전용주,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딜라이브 소외될까 속타

▲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이사.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이사가 케이블TV회사와 통신사의 짝짓기가 본격화함에 따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인수를 발표한 데 이어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작 4년 내내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딜라이브가 소외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통신사의 케이블TV회사 인수합병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현재 딜라이브를 놓고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전 대표는 KT를 유력한 매수자로 여겼을 가능성이 큰데 최근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33.33%)을 넘기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다. 2015년 6월 ‘3년 시한’으로 도입됐고 예정대로 2018년 6월 일몰됐는데 국회에서 올해 1월부터 재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KT는 현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사업을 포함해 시장 점유율이 30.86%에 이르는 1위 사업자로 종전 규제 기준인 33%에 근접한 만큼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딜라이브 인수는 불가능해진다.

KT는 유료방송사업자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지난해 11월부터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KT스카이라이프를 매각하라는 말까지 오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케이블TV회사 인수와 관련한 작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25일 열리는 법안2소위에서도 재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언제 다시 인수작업이 재개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딜라이브 매각이 예상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좌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급한 상황이 됐다.

딜라이브를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 국민유선방송투자는 1조 원에 이르는 신디케이트론과 8천억 원의 전환사채를, 딜라이브는 4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올해 7월 말까지 갚아야 한다.

전 대표의 다급함은 최근 딜라이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반대한다는 회사 차원의 성명을 낸 데서도 읽혀진다. 

딜라이브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합산규제를 단순하게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사실상 미디어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성명에서 딜라이브가 처한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

딜라이브는 "만약 합산규제 도입으로 인수합병 논의가 지연되면 7월 말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문제가 3년 전과 달리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시장의 자율적 재편과 기업의 경쟁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통신업계의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시장은 애타는 딜라이브와는 상관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케이블TV 1위사인 CJ헬로는 LG유플러스 품에 안겼고 2위사인 티브로드 역시 SK텔레콤과의 합병이 코앞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SK텔레콤이 덩치를 더 불리기 위해 추가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현대HCN, CMB 등이 매수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전 대표는 2015년 11월 딜라이브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딜라이브의 매각에 내내 힘을 써왔다. 매각을 통해 차입금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다.

전 대표는 딜라이브 실적도 좋지 않고 업계 전반이 위축돼있었던 취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야구로 말하면 9회말 2아웃 상황에 구원투수 역할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딜라이브를 매력적 매물로 키우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

딜라이브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전통적 케이블TV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케이블TV라는 색깔을 지우기 위해 딜라이브의 기존 회사이름과 로고를 바꿨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2016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사업도 시작했고 국내 최초로 넷플릭스와도 손잡았다.

매각 의지도 남달랐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제주도 부영호텔에서 열린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기자들로부터 매각 진행 상황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딜라이브 매각을 채권단을 중심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분할 매각이 아닌 통째로 매각할 것”이라며 나름 자신감도 보였다.

케이블TV 인수합병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이때만을 그 누구보다 기다렸지만 합산규제 재도입이라는 뜻밖의 변수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삼일Pwc가 매각 주관사로 인수합병 관련한 사항은 그쪽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딜라이브가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 회사인 만큼 인수 희망회사들의 관심을 여러 가지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