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포스코에서 안동일 사장을 영입하면서 침체된 업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안동일 사장은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김용환 부회장은 신사업과 현대차그룹 차원의 시너지에 힘을 쏟는 쪽으로 손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용환, 포스코 출신 안동일과 현대제철 '2인3각' 경영

▲ 안동일 현대제철 생산·기술 부문 담당사장.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안 사장이 현대제철의 생산·기술부문 담당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 출신이 현대제철 사장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안 사장은 그 밑에서 당진제철소와 생산, 연구개발, 기술품질, 특수강 등을 맡게 된다.

그동안 내부승진이 관례였는데 이런 순혈주의를 버렸다.

물론 지난해부터 포스코 인사 영입설이 돌기는 했지만 현대제철 내부에서는 ‘굳이 왜 외부인사를 뽑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포스코에서도 ‘경쟁 윤리에 어긋난다’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로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 사이에서는 안 사장이 현대제철로 넘어간 것을 두고 인력 유출이 아니냐며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사를 알리면서 '포스코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한 점 역시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뒤집어 보면 김 부회장은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감수할 만큼 안 사장이 필요한 인재라고 평가한 셈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측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제철 기술을 높이려면 포스코에서 인력과 경험을 수혈받을 수밖에 없고 인재 이동도 요즘은 활발한 추세"라며 "지금 현대제철 제철소에서 일하는 인력 가운데 600명 정도가 포스코 출신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1984년 포항제철에 입사한 이후 35년 가까이 포스코에 몸을 담으며 광양제철소장, 포항제철소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그가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을 지냈던 2015년~2017년은 포스코가 스마트 고로를 도입해 4차산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때이기도 하다.

게다가 포스코는 글로벌 상위 15개의 자동차회사에 모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900만 톤가량의 자동차 강판을 팔았다. 전체 판매량에서 자동차 강판 비중이 25%에 이르러 글로벌 철강사 가운데 가장 높다.

현대제철이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 사장의 현장 경험이 꼭 필요한 셈이다.

김용환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를 늘리고 특수강사업을 완전 정상화해 자동차 소재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환, 포스코 출신 안동일과 현대제철 '2인3각' 경영

▲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안 사장이 철강 본업의 경쟁력 확대에 주력하는 동안 김 부회장은 경영을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신사업 모색 및 현대차그룹과 협력관계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나도 철강업계 새내기”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철강 관련 경험이 전무하지만 사업 기획과 조율에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현대체철은 불확실한 영업환경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데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다른 철강회사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철강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세계적 추세다. 일본 철강회사인 신닛테쓰스미킨은 엔지니어링, 정보기술(IT) 등 신사업에 진출했고 일본 고베제강은 수소충전시설용 고압수소압축기와 수소발생장치 등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제철 역시 수소차용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을 연간 1천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2019년 4월 양산을 목표로 당진에 증설투자도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연간 3천 톤 규모의 부생수소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3만8천여 대의 수소차 넥쏘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적 수소차 생산계획을 감안할 때 향후 더 많은 수소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대제철은 안정적 수소 공급 역할을 담당하면서 기타 공급망에 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수소차사업에서 현대차와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할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가까이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을 이끌면서 50여개 계열사들을 조율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현대제철로 이동했다.

다만 김 부회장과 안 사장이 공동대표이사체제를 구축할 지 김 부회장이 단독대표에 오를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김 부회장과 안 사장에 관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은 3월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